#현대미술 #팝아트 #그래피티 #패턴 #선 #3차원  #목재 #CNC #삶

#art #popart #graffiti #pattern #line #3D #wood #meaning of life


ESSENCE OF LIFE SCULPTURAL LINES


It depicts the world in which we live through the combination of different lines. Each form of each painting reveals a different presence, as if different us are combining to form a world. I started to expose these lines as a woodwork because I wanted them to be accepted in a more three-dimensional sense than the place where the brush passed by in a plane. We hope that being alive itself will be a valuable and meaningful moment, and our emotions and traces are so precious that we wanted to convey the pattern of our lives that someone lives by those traces.



UncleSam RS01 ⓒ수사무하



'선'들이 자유자재로 뻗어나가며 화면을 가릅니다. 

서로 다른 '선'들은 교차하고 충돌하며 하나의 '무늬'를 만들어 갑니다. <다니엘 신>은 '선'으로 '삶'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에게 '삶'이란 '탄생'과 '죽음'을 잇는 하나의 '선'인 듯합니다.

About coexistence,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74,7cmX64.6cm, 2023.ⓒ다니엘 신

Chapter 1. 

스포츠 키드, 점을 찍다


#작가의 꿈

작가가 본격적으로 붓을 잡은 건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17살이었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 부상을 입게 되면서 휴식기를 가졌어요. 선수 생활은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하다 보니 시합에 나가고 하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거였죠. 대학이나 직업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하긴 했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큰 꿈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대 진학을 결정했을 땐 디자인을 배워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계획이었다고요. 그러나 그리면 그릴수록, 회화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Looking for someone, Acrylic on canvas, 72.7cmX72.7cm, 2017. ⓒ다니엘 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작가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입생 때는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기 싫어 캔버스 앞이 아닌 벽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일에 빠졌습니다.

 

“학교에서 그리는 그림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 같아요. 입시가 끝나면 자유로운 그림들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틀이 있다고 느껴졌죠. 똑같은 건 그리기 싫은데, 뭘 그려야 하지? 그래서 안 그렸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서.”


Smile on me 162.2 x 130.3 Acrylic on canvas 2017 ⓒ다니엘 신

작업 중인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작품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백현진 작가의 그림을 좋아했는데요. 알 수 없는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묻어나는 것을 보고 ‘그림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또 노래나 퍼포먼스로 자기 세계를 펼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작가는 한계가 없더라고요. 다른 분야와는 달리 규정된 도구가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죠.”

 

당시의 그림에 대해 작가는 “이미지보다는 메시지를 우선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스키스를 할 때부터 구성과 붓의 터치 등 모든 요소의 당위성을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까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 붓은 어떤 속도로 지나가야 할까, 이 사물을 그려 넣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붓질 하나에도 생각이 많았죠.”

 

작가는 졸업 후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핸드페인팅 회사에 입사합니다. 그곳에서 작가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그림을 그려 제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거기서부터 작가의 ‘덜어내기’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얼마만큼 고민하고 감정을 담아내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미지에 직관적으로 이끌리느냐’라는 걸요.”

작업 중인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다니엘 신 작가의 작업실 ⓒ다니엘 신

Chapter 2. 

한 올의 실로 만들어진 세상


2020년 첫 개인전에서 다니엘 신이 선보인 이미지는 ‘패턴’이었습니다. 작가는 커다란 패턴이 한 올의 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패턴에서 올이 하나 나가면 그게 되게 잘 보이더라고요. 선이 모두 깨져 보여요. 저 작은 선이 모여서 큰 선을 만들고, 그 선이 패턴이 된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죠."

 

삶(Live) Acrylic on canvas128.0cm x 84.0cm 2021 ⓒ다니엘 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의 이유가 크게 없는 사람이거든요.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스스로가 어느 곳에 있던지 상관없는 사람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에 와서도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뭘 그려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그 선 하나가 크게 느껴졌어요. 나도 저런 존재이지 않을까? 나도 어쩌면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죠.”

 

쭉 뻗은 직선과 선명한 색들이 모여 만든 화면은 마치 원단을 클로즈업해 찍은 화면같이 보입니다. 굵고 얇은 색색의 선들이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선은 점과 점이 모여 만든 시간의 기록”이라는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 화면을 바라봅니다. 수많은 선을 보면, 이 패턴은 마치 점들의 이동을 기록한 관찰일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53.0x83.0cm 2021 

플리옥션 아트페어 전시  ⓒ다니엘 신

Chapter 3. 

점, 확장되다

 

#점,선,면

이후 그의 그림은 몇 번의 변곡점을 더 맞이합니다. 첫 번째 변화는 칸딘스키의 저서 <점, 선, 면>에서 시작됐습니다.

 

“패턴 작업을 하며 이전 작가들의 작업을 찾아봤어요. 칸딘스키의 저서를 읽는데 ‘옛날 작가들도 그림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에 대해 이렇게 큰 고민을 하는데 나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때, 내가 시공간이 있는 3차원 세상에 살고 있으니 선들도 입체적으로 보여주어야 이 복잡성과 함축성이 드러나겠다고 생각했죠. 반입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학부 시절 배운 레이저 커팅을 떠올렸어요.”

Frame colorful2 wood flame and spary on canvas 50x50cm 2020  ⓒ다니엘 신

작가는 목재를 사용해 목업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부조처럼요. 3차원의 선은 선인 동시에 면이 되었죠. 


목재 목업물로 이루어진 스트라이프 작업은 언뜻 추상화 같지만, 푸른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풍경화입니다. 바다의 색과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깔을 모아 만든 이 직선의 풍경화를 통해, 작가는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Stripe, 97.0 x 162.2 cm Wood frame, acrylic on canvas 2022.ⓒ다니엘 신

Stripe 작업 과정 ⓒ다니엘 신


 

두 번째 변화는 ‘패턴’의 개념을 이미지뿐 아니라 행위로 확장하며 찾아왔습니다.

 

“패턴을 그리다 보니 ‘행위로서의 패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작업도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패턴의 기록이잖아요. 에너지의 기록이라는 점에 집중하자 직선보다는 유동적이고 리듬이 느껴지는 곡선이 (행위의)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드럽게 휘어지기 시작한 선은 이내 형상을 이뤘습니다. 그의 <꽃>과 <취미> 시리즈는 기존의 도형적이고 추상적인 선들이 아닌 대상의 명확한 형상을 그린 작업입니다.

On da flower. 105.5 x 97.7 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2  ⓒ다니엘 신

Tennis 96.0 x 77.7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2  ⓒ다니엘 신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주는 대상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꽃이요. 꽃을 떠올렸을 때 느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취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죠. 못된 취미는 없어요. 그래서 대상을 확실히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꽃은 꽃처럼, 테니스 채는 테니스 채로 보이게끔 그려낸 이유입니다. 주변의 짧은 선들은 떠다니는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Smile again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80.4cmX80.4cm, 2023. ⓒ다니엘 신 

작가는 그간 제3자의 시선으로 바깥의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풍경과 사물들, 무수히 곁을 스쳐가는 타인들…. “성격 탓이 커요. 제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하거든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꺼내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앞세워 억지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고. 자신의 삶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칫 자기 치유에 그칠까 봐서죠.

 

그러나 최근 작가는 그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렸습니다.

 

“관찰의 대상을 저로 바꿔 스스로를 사색하고 작품에 투영하고 있어요. 삶과 감정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는데, 정작 나의 삶은 잘 모르는구나 싶더라고요.”

 

방송 <노머니 노아트>를 통해 공개한 연작 <행복한 지옥>이 그 첫 시도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행복한 지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옥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사용했습니다.

행복한 지옥 95.0 x 95.0 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3.ⓒ 다니엘 신

Chapter 3. 
멈춰있는 점이 
선이 되기 위해


작업 중인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밝고 활기 넘치는 색감과 다르게 그의 작업은 깎고, 자르는 고된 일의 반복입니다. 나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작업 과정을 한번 따라가볼까요.

 

“영화나 음악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혹은 일상에서 받은 감명을 메모장에 한두 문장씩 간략하게 적어요.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쭉 읽는데, 읽다가 이미지화되는 글들이 있어요. 그렇게 작업이 시작됩니다.”

 

메모를 토대로 가볍게 드로잉을 한 뒤, 디지털로 옮겨 그래픽으로 형태와 컬러를 모두 잡습니다. 목재를 레이저 커팅한 후에 바탕을 정리하고 사포질하기를 반복, 평평하게 프라이머로 마감을 한 후에 색을 입힙니다

채색에는 아크릴 스프레이를 사용합니다. 목재에 도색할 방법을 고민하다 찾은 방법입니다.


“모든 색을 직접 만들어서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작업 초기에는 직접 색을 조색하고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색을 입혔는데, 시리즈마다 색의 차이가 생기더라고요. 아크릴 스프레이로 재료를 바꾸면서 색도 많이 뺐어요.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색만 사용합니다.”

 

작업에 사용되는 색은 크게 4개. 빨강과 파랑, 초록, 노랑입니다. 작가는 이 네 가지의 색에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노랑은 행복, 희망, 긍정을, 파랑은 반대로 우울과 시원함, 해방감과 초록은 자연, 빨강은 열정 혹은 화를 의미하죠. 네 가지 색 안에 제가 상징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담겨있어요.”

 

이 네 가지 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색의 조합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완성해 나갑니다. 주로 고채도의 색을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의 색 같기도 하죠. 이 명랑한 색들에는 작가가 전하고 싶은 긍정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그의 화면은 2020년 첫 개인전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점으로 남지 않고 선이 되려는 부단한 노력의 흔적일 겁니다. 작가는 스스로를 ‘신진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최대한 오래 신진작가로 남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무수한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남고 싶다고 할까요.(웃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다니엘 신이라는 사람은 기억되지 않아도, 작품은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ARTTAG 변혜령 에디터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현대미술 #팝아트 #그래피티 #패턴 #선 #3차원  #목재 #CNC #삶의의미

#art #lamp #popart #graffiti #pattern #line #3D #wood #meaning of life



ESSENCE OF LIFE SCULPTURAL LINES


It depicts the world in which we live through the combination of different lines. Each form of each painting reveals a different presence, as if different us are combining to form a world. I started to expose these lines as a woodwork because I wanted them to be accepted in a more three-dimensional sense than the place where the brush passed by in a plane. We hope that being alive itself will be a valuable and meaningful moment, and our emotions and traces are so precious that we wanted to convey the pattern of our lives that someone lives by those traces.


Dive in your life 40.0 x 40.0 Acrylic on linen 2023.ⓒ다니엘 신 

'선'들이 자유자재로 뻗어나  가며 화면을 가릅니다. 서로 다른 '선'들은 교차하고  충돌하며 하나의 무늬를  만들어 갑니다. 

'다니엘 신'은 '선'으로 삶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에게 삶이란  탄생과 죽음을 잇는 하나의 선인 듯합니다.

Just a litte child 52.8 x 52.8 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3  ⓒ다니엘 신

About coexistence,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74,7cmX64.6cm, 2023. ⓒ다니엘 신

Looking for someone, Acrylic on canvas, 72.7cmX72.7cm, 2017. ⓒ다니엘 신

Chapter 1. 

스포츠 키드, 점을 찍다


#작가의 꿈

작가가 본격적으로 붓을 잡은 건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17살이었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쯤 부상을 입게 되면서 휴식기를 가졌어요. 선수 생활은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하다 보니 시합에 나가고 하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거였죠. 대학이나 직업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하긴 했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큰 꿈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대 진학을 결정했을 땐 디자인을 배워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계획이었다고요. 그러나 그리면 그릴수록, 회화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작가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입생 때는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기 싫어 캔버스 앞이 아닌 벽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일에 빠졌습니다.

 

“학교에서 그리는 그림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 같아요. 입시가 끝나면 자유로운 그림들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틀이 있다고 느껴졌죠. 똑같은 건 그리기 싫은데, 뭘 그려야 하지? 그래서 안 그렸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서.”

 

상승세였던 회사를 정리하고 다시 학생이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모두 말로 하는 일이었으니 언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비트겐슈타인이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에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그동안 뭐 했지?’ 싶더라고요. 말을 수단으로 삼아 해왔던 일들이 상당 부분 위선이었겠구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논리에 질까 봐, 혹은 부끄러워서 계속 싸워온 것 아닌가.”

 

작품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백현진 작가의 그림을 좋아했는데요. 알 수 없는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묻어나는 것을 보고 ‘그림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또 노래나 퍼포먼스로 자기 세계를 펼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작가는 한계가 없더라고요. 다른 분야와는 달리 규정된 도구가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죠.”

 

당시의 그림에 대해 작가는 “이미지보다는 메시지를 우선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스키스를 할 때부터 구성과 붓의 터치 등 모든 요소의 당위성을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까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 붓은 어떤 속도로 지나가야 할까, 이 사물을 그려 넣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붓질 하나에도 생각이 많았죠.”

 

작가는 졸업 후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핸드페인팅 회사에 입사합니다. 그곳에서 작가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그림을 그려 제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거기서부터 작가의 ‘덜어내기’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얼마만큼 고민하고 감정을 담아내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미지에 직관적으로 이끌리느냐’라는 걸요.”


작업 중인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53.0x83.0cm 2021 플리옥션 아트페어 전시  ⓒ다니엘 신

삶(Live) Acrylic on canvas128.0cm x 84.0cm 2021 ⓒ다니엘 신

Chapter 2. 

한 올의 실로 만들어진 세상


#패턴

2020년 첫 개인전에서 다니엘 신이 선보인 이미지는 ‘패턴’이었습니다. 작가는 커다란 패턴이 한 올의 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패턴에서 올이 하나 나가면 그게 되게 잘 보이더라고요. 선이 모두 깨져 보여요. 저 작은 선이 모여서 큰 선을 만들고, 그 선이 패턴이 된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의 이유가 크게 없는 사람이거든요.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스스로가 어느 곳에 있던지 상관없는 사람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에 와서도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뭘 그려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그 선 하나가 크게 느껴졌어요. 나도 저런 존재이지 않을까? 나도 어쩌면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죠.”


쭉 뻗은 직선과 선명한 색들이 모여 만든 화면은 마치 원단을 클로즈업해 찍은 화면같이 보입니다. 굵고 얇은 색색의 선들이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선은 점과 점이 모여 만든 시간의 기록”이라는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 화면을 바라봅니다. 수많은 보면, 이 패턴은 마치 점들의 이동을 기록한 관찰일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니엘 신 작가의 작업실 ⓒ다니엘 신

다니엘 신 작가의 작업실 촬영 중 ⓒ다니엘 신

Frame colorful2 wood flame and spary on canvas 50x50cm 2020  ⓒ다니엘 신

Stripe, 97.0 x 162.2 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2. ⓒ다니엘 신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2. ⓒ다니엘 신

On da flower. 105.5 x 97.7 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2  ⓒ다니엘 신

Tennis 96.0 x 77.7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2  ⓒ다니엘 신

Chapter 3. 

점, 확장되다

 

#점,선,면

이후 그의 그림은 몇 번의 변곡점을 더 맞이합니다. 첫 번째 변화는 칸딘스키의 저서 <점, 선, 면>에서 시작됐습니다.

 

“패턴 작업을 하며 이전 작가들의 작업을 찾아봤어요. 칸딘스키의 저서를 읽는데 ‘옛날 작가들도 그림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에 대해 이렇게 큰 고민을 하는데 나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때, 내가 시공간이 있는 3차원 세상에 살고 있으니 선들도 입체적으로 보여주어야 이 복잡성과 함축성이 드러나겠다고 생각했죠. 반입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학부 시절 배운 레이저 커팅을 떠올렸어요.”

 

“저수지에 갇혀있는 물이라도 움직임이 있어요. 정적인 구조 안에서도 시간적인 움직임이 보입니다. 그런 표현을 하고 싶어요. 시간과 공간을 빛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되면 제 이야기가 완결될 거라고 봅니다.”

 

작가는 목재를 사용해 목업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부조처럼요. 3차원의 선은 선인 동시에 면이 되었죠.

 

“저에게 빛은 사고의 키잡이죠. 빛은 생명의 인식과 함께 시작해 우리가 소멸하는 순간 함께 사라지니까요. 비트겐슈타인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침묵 너머에 진정한 빛이 있다고 저는 확신해요.”


목재 목업물로 이루어진 스트라이프 작업은 언뜻 추상화 같지만, 푸른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풍경화입니다. 바다의 색과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깔을 모아 만든 이 직선의 풍경화를 통해, 작가는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변화는 ‘패턴’의 개념을 이미지뿐 아니라 행위로 확장하며 찾아왔습니다.

 

“패턴을 그리다 보니 ‘행위로서의 패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작업도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패턴의 기록이잖아요. 에너지의 기록이라는 점에 집중하자 직선보다는 유동적이고 리듬이 느껴지는 곡선이 (행위의)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드럽게 휘어지기 시작한 선은 이내 형상을 이뤘습니다. 그의 <꽃>과 <취미> 시리즈는 기존의 도형적이고 추상적인 선들이 아닌 대상의 명확한 형상을 그린 작업입니다.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주는 대상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꽃이요. 꽃을 떠올렸을 때 느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취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죠. 못된 취미는 없어요. 그래서 대상을 확실히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꽃은 꽃처럼, 테니스 채는 테니스 채로 보이게끔 그려낸 이유입니다. 주변의 짧은 선들은 떠다니는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작가는 그간 제3자의 시선으로 바깥의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풍경과 사물들, 무수히 곁을 스쳐가는 타인들…. “성격 탓이 커요. 제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하거든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꺼내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앞세워 억지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고. 자신의 삶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칫 자기 치유에 그칠까 봐서죠.


그러나 최근 작가는 그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렸습니다.


“관찰의 대상을 저로 바꿔 스스로를 사색하고 작품에 투영하고 있어요. 삶과 감정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는데, 정작 나의 삶은 잘 모르는구나 싶더라고요.”


방송 <노머니 노아트>를 통해 공개한 연작 <행복한 지옥>이 그 첫 시도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행복한 지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옥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사용했습니다.



















행복한 지옥 95.0 x 95.0 cm Wood frame and acrylic on canvas 2023.ⓒ 다니엘 신

작업 중인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작업 중인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다니엘 신 작가 ⓒ다니엘 신


Chapter 4. 
멈춰있는 점이 선이 되기 위해


#형태와 컬러

밝고 활기 넘치는 색감과 다르게 그의 작업은 깎고, 자르는 고된 일의 반복입니다. 나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작업 과정을 한번 따라가볼까요.


“영화나 음악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혹은 일상에서 받은 감명을 메모장에 한두 문장씩 간략하게 적어요.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쭉 읽는데, 읽다가 이미지화되는 글들이 있어요. 그렇게 작업이 시작됩니다.”


메모를 토대로 가볍게 드로잉을 한 뒤, 디지털로 옮겨 그래픽으로 형태와 컬러를 모두 잡습니다. 목재를 레이저 커팅한 후에 바탕을 정리하고 사포질하기를 반복, 평평하게 프라이머로 마감을 한 후에 색을 입힙니다.


채색에는 아크릴 스프레이를 사용합니다. 목재에 도색할 방법을 고민하다 찾은 방법입니다.


“모든 색을 직접 만들어서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작업 초기에는 직접 색을 조색하고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색을 입혔는데, 시리즈마다 색의 차이가 생기더라고요. 아크릴 스프레이로 재료를 바꾸면서 색도 많이 뺐어요.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색만 사용합니다.”


작업에 사용되는 색은 크게 4개. 빨강과 파랑, 초록, 노랑입니다. 작가는 이 네 가지의 색에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노랑은 행복, 희망, 긍정을, 파랑은 반대로 우울과 시원함, 해방감과 초록은 자연, 빨강은 열정 혹은 화를 의미하죠. 네 가지 색 안에 제가 상징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담겨있어요.”


이 네 가지 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색의 조합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완성해 나갑니다. 주로 고채도의 색을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의 색 같기도 하죠. 이 명랑한 색들에는 작가가 전하고 싶은 긍정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작업을 다시 하면서 제일 전하고 싶은 게 긍정이었어요. 제 그림의 색이 무거웠을 때를 보면, 그때 생각이 어두웠던 것 같아요. 삶이 우울하고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내 그림을 봤을 때만은 긍정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으면 해서 의도적으로 밝은 고채도의 색을 씁니다.”


그의 화면은 2020년 첫 개인전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점으로 남지 않고 선이 되려는 부단한 노력의 흔적일 겁니다. 작가는 스스로를 ‘신진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최대한 오래 신진작가로 남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무수한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남고 싶다고 할까요.(웃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다니엘 신이라는 사람은 기억되지 않아도, 작품은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ARTTAG 변혜령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