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서양화 #회화 #유화 #아크릴 #추상화 #서정 #자연 #리듬 

#art #painting #fineart #oilpainting #acrylic #abstract #lyricism #nature #rhythm


LYRICAL ABSTRACT


The Relations between Ardor and Lyricism : To express lyrical abstraction. Setting human’s lyrical feeling aside, what about the lyricism in the image of the Nature? Like ducks paddling idly on the surface of the lake and ducks’ feet struggling diligently in the lake, the passionate circulation of life and death are being continued in the peacefulness of the rural landscape that seems eternal.

The Nature of Notion : Very first of my work was not totally abstract like this. The works were different from the trend in expression and materials that show the entwined conception and abstraction. To clearly say, I insisted the world of work that can be understood by nonmainstream as well. It was my total insistence like a cold semi-abstraction that reconstructed my own feelings on common topic, lyricism. After that, as I went through my personal exhibitions and making my own unique style of painting, the attempts that could be seen as modified of this work were being continued. Strong solid colors and softness of pastel tone are mixed, and finally seeking for modified lyricism has started.

Easing Mind :The restarted lyrical image, futilely, came after easing mind. Realized once more a tragic group of people that I watched too close. As I try to catch and translate, there are things getting more complicated and that is the fundamentals of the Nature circulation itself. Inside the peacefulness of the rural landscape I was seeing from a distance, the basic instinct that struggles with live and death continuously were cycling just like the ancient times. Symbolic mark and gestures of not regulatable actions, languages are mingled. That is already a festival. My brushwork dances together on the beat of the Nature’s passionate rhythm just like it went back to primitive times. However, that is not a description of the chaos but the performance of dynamic instinct that is mingled inside of cosmic space.

Long for the remote ages : Like throwing a festival, metaphysical images are dancing on the universe. If the lyricism of human is based on conventional lyricism comes up with their youth and hometown, my work expresses the nature itself includes the essence of basic lyricism. The incomplete convolutedness of remote times and catching the most brilliant moment. That is why the time of my work is lyrical. At the root of unexplained brusquerie, there was no reason to say. The lyrical time is alive in the use of gesture, color and line.




조국현의 화폭 위에는 살아있지만 멈춰있는 것들, 움직이기 전의 찰나와 움직임을 막 시작한 순간들, 계절이 순환하듯 되돌아오는 시간과 공간들이 가득합니다.

시처럼, 음악처럼, 춤처럼 캔버스 위를 색과 도형, 선들이 떠다닙니다. ‘서정 추상’을 그리는 조국현 작가를 만났습니다.

움직이기 시작 Ⅰ, 80.3x116.7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조국현

Chapter 1.
구상의 회화


조국현은 1955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흙과 나무, 숲과 늘 함께였습니다. 고운 흙을 만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였죠. 작가는 “짓궂은 장난치기 좋아해 야단맞기 일쑤였다”라고 유년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개구쟁이 소년이 화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칭찬의 역할이 컸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그리라고 한 게 어머니 얼굴이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눈을 까맣게 칠했는데 나만 눈의 흰자를 그린 거예요. 그걸 보고 담임 선생님이 크게 칭찬하더라고요. 나는 그때 칭찬을 처음 들은 거예요.”

 

이후 작가는 서울 서라벌고등학교 미술부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업을 이어갑니다. 당시 서라벌고등학교는 전통 있는 미술부로 명성이 높았던 학교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의 전신인 서라벌예대와 같은 부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조국현은 덕수궁과 창덕궁 비원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고, 같은 캠퍼스를 사용하던 대학생들의 작업을 접하며 눈을 빨리 떴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결혼과 첫째 아이의 탄생으로 생활을 책임지느라 작가의 꿈은 잠시 바래는 듯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학원에서 입시 미술을 가르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싶은 마음이 들어 그날로 학원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91년 구상전 특선작. <모습, 145.2x112.3cm, Oil on canvas, 1983.> ⓒ조국현

작가가 20대이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이른바 ‘국전’과 ‘민전’이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조국현은 1982년 구상전에서 입선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당시를 “지독하게 고생했던 때”라고 회상했습니다. 마땅한 작업실이 없어 부엌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작은 어려웠지만,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구상전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600만 원으로 인사동에 작업실을 마련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림에서는 초현실주의에 매료되어 있던 청년 조국현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다양한 도상과 계산된 구도가 눈에 띕니다.

 

아내를 그린 <회상>에서는 기법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카메라 필름이 말리지 않도록 끝에 테이프를 붙여 겹쳐 찍은 사진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먼발치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여행으로 떠난 인천의 모습이 혼재되어 드러납니다.

회상, 145.5x111.8cm, Oil on canvas, 1988. ⓒ조국현

태고로부터 순환되는 자연과 인간의 그리움을 서정적이고도 관념적인 추상으로 담아내는 조국현 작가의 초기작품으로 시선에 관한 다양한 보기를 초현실적인 화법으로 표현한 작품. <시선, 161.3x130cm, Mixed media on wood panel, 1991.> ⓒ조국현

Woman, 45.5x53cm, Oil on canvas, 1991. ⓒ조국현

Chapter 2.
서정추상의 시작


변형된 서정 Ⅵ, 91x116.7cm, Oil on canvas, 1994. ⓒ조국현

#반추상

1990년대에 들어서 조국현의 작업은 반추상의 양상을 띠기 시작합니다. 형상이 사라진 자리를 선명한 색과 동적인 선들이 채웁니다. 탁색을 피하고 선명한 색을 얻기 위해 물감을 직접 제조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부터입니다. 작가에게 변화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추상의 자유로움에 매력을 느꼈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지르기도 하고, 칼로 긁기도 하면서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는 1994년도 첫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전시장에는 구상화와 추상화가 모두 걸렸습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옮겨 가던 과도기였습니다. 이듬해 전북예술회관에서 연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변형된 서정’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푸른빛의 화면을 거침없는 선들과 동적으로 뒤틀린 색들이 채웠습니다.

서정의 이미지-풍요, 달빛 축제, 91x65.2cm, Mixed media on canvas, 2002. ⓒ조국현

2000년대에 들어서 화풍은 다시 한번 변화를 맞습니다. 날카로운 선들과 형태는 정돈된 도형의 형태로 탈바꿈하고 서늘한 푸른빛은 대지의 색을 연상시키는 세피아톤의 모노크롬으로 대체됐습니다. 2002년 개인전에서부터는 문자와 기호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먼저 보낸 아들을 기리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2000년에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림을 그리는데, 누가 자꾸 그림에서 해골이 보인다고 그래요. 그 이후에 아들이 써 놨던 시를 풀어 그림에 넣기 시작했죠. 아마도 그때는 할 말이 있었나 봅니다. 거기서부터 도형이 나오고, 기호가 나오고, 글자가 나오고….”

 

2014년 시작된 <삼대예술인 가족전>은 일찍이 세상을 떠난 아들 故조한진 작가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전시입니다. 조국현 작가를 필두로 삼대가 모두 예술을 전공한 가족들은 그림으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변형된 서정 14, 80x200cm, Oil on canvas, 1995. ⓒ조국현

Abstract Poem Ⅰ, 130x192.7cm, Mixed media on canvas, 2018. ⓒ조국현

Chapter 3.
콧노래 같은 회화


균형 Ⅰ, 91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조국현

우주와 생성 Ⅰ,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조국현

#서정추상

작가는 ‘서정추상’이라고 설명하는 자신의 작업을 마치 바둑 두는 일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하얀 캔버스 앞에 서면 잡념은 사라지고, 기사가 몇 수 앞을 읽듯 머릿속으로 형상을 떠올리며 화면을 채워 넣습니다.


“’저기다가 뭘 하나 했으면 좋겠는데’ 하고 이미지를 하나 넣어 놓으면 거기서부터 출발이죠. 소설이 미주알고주알 설명이 많다면, 시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하잖아요. 추상은 그런 거예요.”

 

수십 년간 천착하고 있는 주제는 ‘자연’으로, 작가에게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상생하며 인간과 끊임없이 부대끼는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연은 변치 않는 줄로 생각하지만, 자연도 변합니다. 자연과 나와의 관계도 계속 변하죠. 자연과 인간은 공존하는 것 같으면서도 부딪히면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바라보며-대화, 162x130.3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조국현

50년을 화업에 바쳐 온 작가는 여전히 재료를 연구하고 그림을 곱씹습니다. 매일 아침 작업실에 출근해 맑은 정신으로 붓을 잡습니다.

 

“옛날 같으면 그림을 딱 그려놓고 기분 내면서 ‘됐다!’ 하기도 하고 쉽게 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안 돼요. 돈을 준다고 해도 못 주겠어. (웃음)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싶을 때까지 그리게 돼요. 아직도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있어요.”

 

때로는 아이에게서도 배웁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막내 손녀는 좋은 선생입니다.

 

“하루는 손녀가 그림을 보더니 ”동그라미가 너무 많아!“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 나는 못 보지만 아이들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바둑도 옆에서 보면 더 잘 보인다잖아요. 내가 그렸으니까 내 생각에만 가둬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바라보기 Ⅰ, 60.6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조국현

젊은 화가는 뜨거운 열정이 흘러넘치는 듯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선과 색은 마음과 함께 캔버스 위를 뛰놀았습니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을 넘긴 화가는 이제 콧노래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젊었을 때 그림은 음악으로 치면 오케스트라지. 내가 돋보이고 싶은 그림을 그렸으니까. 어느 순간 내 그림이 너무 복잡한 거예요.

 

이제는 하나가 두드러지지 않고 배경과 주제, 캔버스가 모두 하나의 풍경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새소리 들어야지’하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바람 소리, 벌레 소리, 새소리가 들려오는 그림이라고 할까.”




ARTTAG 변혜령 에디터


#현대미술 #서양화 #회화 #유화 #아크릴 #추상화 #서정 #자연 #리듬 

#art #painting #fineart #oilpainting #acrylic #abstract  #lyricism #nature #rhythm


LYRICAL ABSTRACT


The Relations between Ardor and Lyricism : To express lyrical abstraction. Setting human’s lyrical feeling aside, what about the lyricism in the image of the Nature? Like ducks paddling idly on the surface of the lake and ducks’ feet struggling diligently in the lake, the passionate circulation of life and death are being continued in the peacefulness of the rural landscape that seems eternal.

The Nature of Notion : Very first of my work was not totally abstract like this. The works were different from the trend in expression and materials that show the entwined conception and abstraction. To clearly say, I insisted the world of work that can be understood by nonmainstream as well. It was my total insistence like a cold semi-abstraction that reconstructed my own feelings on common topic, lyricism. After that, as I went through my personal exhibitions and making my own unique style of painting, the attempts that could be seen as modified of this work were being continued. Strong solid colors and softness of pastel tone are mixed, and finally seeking for modified lyricism has started.

Easing Mind :The restarted lyrical image, futilely, came after easing mind. Realized once more a tragic group of people that I watched too close. As I try to catch and translate, there are things getting more complicated and that is the fundamentals of the Nature circulation itself. Inside the peacefulness of the rural landscape I was seeing from a distance, the basic instinct that struggles with live and death continuously were cycling just like the ancient times. Symbolic mark and gestures of not regulatable actions, languages are mingled. That is already a festival. My brushwork dances together on the beat of the Nature’s passionate rhythm just like it went back to primitive times. However, that is not a description of the chaos but the performance of dynamic instinct that is mingled inside of cosmic space.

Long for the remote ages : Like throwing a festival, metaphysical images are dancing on the universe. If the lyricism of human is based on conventional lyricism comes up with their youth and hometown, my work expresses the nature itself includes the essence of basic lyricism. The incomplete convolutedness of remote times and catching the most brilliant moment. That is why the time of my work is lyrical. At the root of unexplained brusquerie, there was no reason to say. The lyrical time is alive in the use of gesture, color and line.


조국현의 화폭 위에는 살아있지만 멈춰있는 것들, 움직이기 전의 찰나와 움직임을 막 시작한 순간들, 계절이 순환하듯 되돌아오는 시간과 공간들이 가득합니다.

시처럼, 음악처럼, 춤처럼 캔버스 위를 색과 도형, 선들이 떠다닙니다. ‘서정 추상’을 그리는 조국현 작가를 만났습니다.

움직이기 시작 Ⅰ, 80.3x116.7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조국현

91년 구상전 특선작. <모습, 145.2x112.3cm, Oil on canvas, 1983.> ⓒ조국현

회상, 145.5x111.8cm, Oil on canvas, 1988. ⓒ조국현

Chapter 1.
구상의 회화


조국현은 1955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흙과 나무, 숲과 늘 함께였습니다. 고운 흙을 만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였죠. 작가는 “짓궂은 장난치기 좋아해 야단맞기 일쑤였다”라고 유년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개구쟁이 소년이 화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칭찬의 역할이 컸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그리라고 한 게 어머니 얼굴이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눈을 까맣게 칠했는데 나만 눈의 흰자를 그린 거예요. 그걸 보고 담임 선생님이 크게 칭찬하더라고요. 나는 그때 칭찬을 처음 들은 거예요.”

 

이후 작가는 서울 서라벌고등학교 미술부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업을 이어갑니다. 당시 서라벌고등학교는 전통 있는 미술부로 명성이 높았던 학교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의 전신인 서라벌예대와 같은 부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조국현은 덕수궁과 창덕궁 비원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고, 같은 캠퍼스를 사용하던 대학생들의 작업을 접하며 눈을 빨리 떴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결혼과 첫째 아이의 탄생으로 생활을 책임지느라 작가의 꿈은 잠시 바래는 듯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학원에서 입시 미술을 가르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싶은 마음이 들어 그날로 학원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작가가 20대이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이른바 ‘국전’과 ‘민전’이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조국현은 1982년 구상전에서 입선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당시를 “지독하게 고생했던 때”라고 회상했습니다. 마땅한 작업실이 없어 부엌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작은 어려웠지만,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구상전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600만 원으로 인사동에 작업실을 마련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림에서는 초현실주의에 매료되어 있던 청년 조국현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다양한 도상과 계산된 구도가 눈에 띕니다.

 

아내를 그린 <회상>에서는 기법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카메라 필름이 말리지 않도록 끝에 테이프를 붙여 겹쳐 찍은 사진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먼발치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여행으로 떠난 인천의 모습이 혼재되어 드러납니다.




태고로부터 순환되는 자연과 인간의 그리움을 서정적이고도 관념적인 추상으로 담아내는 조국현 작가의 초기작품으로 시선에 관한 다양한 보기를 초현실적인 화법으로 표현한 작품. <시선, 161.3x130cm, Mixed media on wood panel, 1991.> ⓒ조국현

Woman, 45.5x53cm, Oil on canvas, 1991. ⓒ조국현 

변형된 서정 Ⅵ, 91x116.7cm, Oil on canvas, 1994. ⓒ조국현

서정의 이미지-풍요, 달빛 축제, 91x65.2cm, Mixed media on canvas, 2002. ⓒ조국현

Chapter 2.
서정추상의 시작


#반추상

1990년대에 들어서 조국현의 작업은 반추상의 양상을 띠기 시작합니다. 형상이 사라진 자리를 선명한 색과 동적인 선들이 채웁니다. 탁색을 피하고 선명한 색을 얻기 위해 물감을 직접 제조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부터입니다. 작가에게 변화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추상의 자유로움에 매력을 느꼈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지르기도 하고, 칼로 긁기도 하면서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는 1994년도 첫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전시장에는 구상화와 추상화가 모두 걸렸습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옮겨 가던 과도기였습니다. 이듬해 전북예술회관에서 연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변형된 서정’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푸른빛의 화면을 거침없는 선들과 동적으로 뒤틀린 색들이 채웠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화풍은 다시 한번 변화를 맞습니다. 날카로운 선들과 형태는 정돈된 도형의 형태로 탈바꿈하고 서늘한 푸른빛은 대지의 색을 연상시키는 세피아톤의 모노크롬으로 대체됐습니다. 2002년 개인전에서부터는 문자와 기호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먼저 보낸 아들을 기리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2000년에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림을 그리는데, 누가 자꾸 그림에서 해골이 보인다고 그래요. 그 이후에 아들이 써 놨던 시를 풀어 그림에 넣기 시작했죠. 아마도 그때는 할 말이 있었나 봅니다. 거기서부터 도형이 나오고, 기호가 나오고, 글자가 나오고….”

 

2014년 시작된 <삼대예술인 가족전>은 일찍이 세상을 떠난 아들 故조한진 작가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전시입니다. 조국현 작가를 필두로 삼대가 모두 예술을 전공한 가족들은 그림으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변형된 서정 14, 80x200cm, Oil on canvas, 1995. ⓒ조국현

Abstract Poem Ⅰ, 130x192.7cm, Mixed media on canvas, 2018. ⓒ조국현

균형 Ⅰ, 91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조국현

우주와 생성 Ⅰ,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조국현

바라보며-대화, 162x130.3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조국현

바라보기 Ⅰ, 60.6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조국현

Chapter 3.
콧노래 같은 회화


#서정추상

작가는 ‘서정추상’이라고 설명하는 자신의 작업을 마치 바둑 두는 일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하얀 캔버스 앞에 서면 잡념은 사라지고, 기사가 몇 수 앞을 읽듯 머릿속으로 형상을 떠올리며 화면을 채워 넣습니다.


“’저기다가 뭘 하나 했으면 좋겠는데’ 하고 이미지를 하나 넣어 놓으면 거기서부터 출발이죠. 소설이 미주알고주알 설명이 많다면, 시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하잖아요. 추상은 그런 거예요.”

 

수십 년간 천착하고 있는 주제는 ‘자연’으로, 작가에게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상생하며 인간과 끊임없이 부대끼는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연은 변치 않는 줄로 생각하지만, 자연도 변합니다. 자연과 나와의 관계도 계속 변하죠. 자연과 인간은 공존하는 것 같으면서도 부딪히면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50년을 화업에 바쳐 온 작가는 여전히 재료를 연구하고 그림을 곱씹습니다. 매일 아침 작업실에 출근해 맑은 정신으로 붓을 잡습니다.

 

“옛날 같으면 그림을 딱 그려놓고 기분 내면서 ‘됐다!’ 하기도 하고 쉽게 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안 돼요. 돈을 준다고 해도 못 주겠어. (웃음)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싶을 때까지 그리게 돼요. 아직도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있어요.”

 

때로는 아이에게서도 배웁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막내 손녀는 좋은 선생입니다.

 

“하루는 손녀가 그림을 보더니 ”동그라미가 너무 많아!“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 나는 못 보지만 아이들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바둑도 옆에서 보면 더 잘 보인다잖아요. 내가 그렸으니까 내 생각에만 가둬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젊은 화가는 뜨거운 열정이 흘러넘치는 듯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선과 색은 마음과 함께 캔버스 위를 뛰놀았습니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을 넘긴 화가는 이제 콧노래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젊었을 때 그림은 음악으로 치면 오케스트라지. 내가 돋보이고 싶은 그림을 그렸으니까. 어느 순간 내 그림이 너무 복잡한 거예요.

 

이제는 하나가 두드러지지 않고 배경과 주제, 캔버스가 모두 하나의 풍경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새소리 들어야지’하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바람 소리, 벌레 소리, 새소리가 들려오는 그림이라고 할까.”




ARTTAG 변혜령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