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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BUT EXTRAORDINARY
Living an unremarkable life as an ordinary person, I dream of deviation by painting celebrities. I spray, splash, scatter paint and scrape canvas, imagining myself in the spotlight among celebrities. The colorful fragments scattered across the canvas then coalesce to reveal the celebrity's face. It's colorful and provocative, just like the celebrities themselves. the paintings projecting me into deviant life I admire are portraits of mine. The act of painting is a means of self-actualization and vicarious satisfaction. The title, "An ordinary person," could mean a reflection of my ordinary desires but it could mean that the celebrities in the painting are ordinary people. After all, we are ordinary but can be extraordinary.
임정아의 캔버스에는 낯익은 인물이 가득합니다. 세대를 풍미한 가수와 배우, 천재로 추앙받는 아티스트….
역동적인 터치와 비비드한 색감으로 완성된 이들의 초상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특별해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이름은 ‘an ordinary person(일반인)’.
그림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일탈을 꿈꾸는 작가, 임정아를 만났습니다.
An ordinary person-dl5,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23. ⓒ임정아
Chapter 1.
나의 리듬을 찾아서
임정아 작가는 만화과 학생이었던 사촌 언니를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그린다’는 주위의 칭찬은 꿈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장 잘 하는 것’이 미술이 됐고 큰 고민 없이 미술대학에 진학했죠. 작가가 되어야겠다거나 하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어요. 서양화과에 갔지만 ‘서양화’가 뭔지 제대로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디자인으로 전과를 생각하고 입학했지만 이내 창작하는 즐거움에 빠졌다는 작가는 대학 시절 다양한 재료와 신선한 표현 기법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4년 내내 몰두했던 작업은 높낮이가 다른 나무토막의 명암을 이용한 반입체 인물화였습니다.
임정아 작가의 대학 시절 초기작 ⓒ임정아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이 “그래, 네 작품 재밌다. 처음 보면 ‘우와’ 한다. 근데, 그리고 뭐?” 하고 물으시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신기한 재료나 표현 기법이 특색이 될 순 있어도 작품의 주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문득 교내에서 발견한 포스터가 작가의 걸음을 멈춰 세웠습니다. 컬러풀하고 경계가 거칠게 뭉개진 초상화였습니다.
“그림을 보는데, 이걸 그린 작가가 너무 재미있었을 것 같은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정교하게 나무를 다듬고 하나하나 칠하고, 사포질을 하고…, ‘작품을 봤을 때 느껴지는 즐거움을 위해 작업 과정에서의 재미를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죠.”
An ordinary person - aj, 45.5x37.9cm, Acrylic on canvas, 2019. ⓒ임정아
#인물 #초상
그렇게 ‘그림으로 놀기로’ 마음먹고 나서야 작가의 대표 연작 ‘an ordinary person’이 시작됐습니다. 작품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셀러브리티, 예술가 등 유명인들의 초상이 등장합니다. 모노톤으로 정제되어 있던 색은 캔버스 위에 폭발하듯 피어났습니다.
유명인의 초상을 그리는 일은 작가에게 ‘일탈’이기도 했습니다. 졸업 직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던 시절, 퇴근하고 돌아와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꼈다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작가에게 위로이자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였습니다.
“옛날부터 유명 인사들을 많이 그리기는 했는데 그때는 왜 내가 이걸 계속 그리는지 이유를 몰랐어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내가 이들을 그릴 때 행복하더라고요. 언젠가 이 사람들과 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단순히 동경이 담긴 팬아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작품에는 그림 속 유명인들처럼 화려한 삶을 살고 싶은 작가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얼굴을 빌어 그린 욕망의 자화상인 셈입니다.
“제목인 ‘an ordinary person’은 평범한 저의 욕구가 투영된 그림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그림 속 유명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겠죠. 관람객이 어떻게 해석하든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An ordinary person - kc2, 72.7cm x 60.6cm, Acrylic on canvas, 2019. ⓒ임정아
Chapter 2.
삶의 ‘엇박’을 그리다
Ordinary people, 210cmx132cm, Acrylic on canvas, 2019. ⓒ임정아
#엇박
임정아 작가의 영감의 근원은 음악이나 영화는 물론이고 길 가다 만난 사람들, 아이돌 뮤직비디오와 같은 상업 영상까지 다양합니다. 공통점을 찾자면 ‘정박’이 아닌 ‘엇박’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굉장히 평범해요. 부모님께 반항 한 번 안 하고 정규 교육을 착실하게 받아온 타입이죠. 그래서 오히려 틀을 깨뜨리는 사람들에게서 매력을 느껴요. 일명 ‘간지’라고나 할까요. 하하. 불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좋아요.”
일상의 규칙을 깨고 ‘엇박’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그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찾아오고, 순간 느껴지는 아우라가 작업의 나침반이 됩니다.
“강렬한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이 시작점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로 그림을 그리면 단순히 닮게 그린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더라고요. 그저 또박또박 그린 느낌이죠.”
An ordinary person - fm, 25x25cm, Acrylic on canvas, 2019. ⓒ임정아
모델이 정해지면 인물과 어울리는 느낌의 노래들을 찾아 플레이리스트를 꾸립니다. 프레디 머큐리를 그릴 때에는 밴드 퀸의 노래를 듣는 식입니다. 작가가 선호하는 장르는 EDM.
대략적인 스케치를 마치면 배경색과 인물의 피부색으로 주색과 부색을 정하고 채색에 들어갑니다. 노래의 리듬에 맞춰 필치의 강약을 조절하고 즉흥적으로 어울리는 색을 얹어나갑니다. 마지막 10퍼센트는 호흡을 다듬으며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과정입니다. 작가는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작품의 리듬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에게 점·선·면·형·색의 조형요소가 모두 동등해요. 제 그림의 포인트로 컬러를 많이들 꼽지만 그건 컬러가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림을 흑백으로 바꿔도 그림이 주는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그림이 지닌 박자감 때문이죠.”
아크릴을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가수 빌리 아일리시를 그린 작품은 장지에 먹을 뿌리고 흰 파스텔로 밝은 부분을 채우기를 반복해 완성한 작품. 작가는 재료의 물성을 느끼고 그림을 그리는 신체적인 행위 그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조형적인 측면도 욕심을 내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오는 행복이 더 커요. 마치 자유롭게 춤추는 기분이에요. 결과물은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같죠.”
아트아시아 2018, 임정아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공연 장면 ⓒ임정아
#라이브페인팅
임정아 작가의 이런 매력은 라이브 페인팅 공연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임정아 작가는 2017년부터 라이브 페인팅 공연을 시작, 관람객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라이브 페인팅은 관람객과 현장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라이브 페인팅을 통해 관람객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처음 보게 됐어요. 짧은 시간 동안 모르는 사이로 만나 대화 한마디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행동과 눈빛만으로 주거니 받거니가 되는 신기한 경험이었죠.”
2018년 아트페어 <아트 아시아>에서 가수 헤이즈와 함께 올랐던 라이브 페인팅 무대는 작가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오랫동안 그려왔던 인물과 한자리에서 그림을 그렸던 순간은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구나’ 실감했던 순간이었다고.
“라이브 페인팅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에요. 버스킹처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아직까지 갤러리에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정도로 문턱이 높은 거죠. 그럼 제가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닐까요?”
Heize, 60x41cm, 장지 위에 먹, 파스텔, 2020. ⓒ임정아
Chapter 3.
파동에서 파도로
I don't know myself, 72.7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임정아
임정아 작가의 작품 세계는 앞으로 한층 더 확장될 예정입니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타인의 얼굴 뒤에 있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콜라주를 활용한 ‘I don't know myself’는 회피라는 방어 기제를 이미지화 시킨 작품으로, 순간의 감정이 시간이 지나며 재해석되는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배경에 콜라주한 색색의 천들은 폐기한 작품의 캔버스를 오려 붙인 것.
An ordinary person - jb, 53x45.5cm, Acrylic on canvas, 2022. ⓒ임정아
음악과 라이브 페인팅을 결합한 퍼포먼스 등 장르 간의 협업도 오랜 시간 작가가 꿈꿔온 프로젝트입니다. 작가는 스스로가 그린 경계를 넘는 중입니다.
“타인의 얼굴을 빌어 나의 일탈과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많이 했으니 이제 안 보여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기존 시리즈를 이어가야 한다는 마음에 넣어두었던 시도들을 새롭게 꺼내려고요.”
단조로운 일상 속 조그만 파동을 불러오는 임정아의 ‘엇박’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단편적인 감상이라도 잔잔했던 일상에 조그만 울림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에요. 제가 누군가의 그림을 보고 재미를 찾았던 것처럼요. 저도 그 조그만 자극 때문에 여기까지 왔거든요.”
ARTTAG 변혜령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