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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TO PARADISE
Where do we come from and where are we going? What answers can an artist give to a question that everyone has thought about at least once? I am constantly questioning this question and painting my paradise, unbounded by time, space, and life. In the painting, a small woman continues her journey to paradise. Her ultimate destination is an "oasis," a vast plateau of blooming flowers and equatorial vegetation. This mother of nature without artifacts is a microcosm of the world as I see it. Everyone has their paradise in their heart. In mine, adorable white leopards roam in the moonlight, mingling with mystical flora and fauna. What about you? I hope to see your reflection in my oasis, which makes a small touching in your buried secret paradise. Like a treasure map stumbled upon on a wobbly life journey.
그림 속에는 파라다이스를 향해 묵묵히 여정을 이어가는 여인이 있습니다. 바위산과 협곡, 사막을 건너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건넙니다.
길을 안내하는 나비의 뒤를 따라 도착한 그곳은 달빛이 비치는 오아시스가 있는 곳. 흰 표범이 나아와 방문자를 맞이합니다. 파라다이스 여행자, 아이라최 작가를 만났습니다.
낙원, 90.9x72.7cm, Oil on canvas. ⓒ아이라최
Chapter 1.
샴발라의 여행자
히든 유토피아(Hidden Utopia), 130.3x130.3cm, Oil on canvas, 2022. ⓒ아이라최
#파라다이스
아이라최는 파라다이스를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의 낙원에는 꽃들이 만개하고 신성한 동물들이 평화롭게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 낙원은 고갱의 물음처럼, ‘사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오랜 질문에 내놓는 작가의 답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멈추는 곳, 선과 악, 질투와 미움이 사라지고 영원한 행복과 사랑만이 남습니다. 달빛 하나, 불어온 공기 하나도 나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는 낙원에서 시선은 서로를 향합니다.
이 파라다이스에는 작가의 유년 시절이 녹아있습니다. 아버지는 자매가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사업장 뒤편에 좋아하는 식물과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의 경험이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자연 속에서 자란 기억은 작가를 이루는 토대가 됐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커다란 잎사귀를 열고, 샘물가 통나무 다리를 건너면 우리의 정원이 있었다. 동물들을 기르고 식물들을 관찰하며, 땅을 호흡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다._작가 노트 中
낙원의 달밤, 72.7x90.9cm, Oil on canvas, 2022. ⓒ아이라최
#샴발라
티베트 설화 속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샴발라’도 작업에 영감이 됐습니다. ‘샴발라’는 험준한 산과 광활한 사막을 건너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도착할 수 있는 황금빛 찬란한 낙원입니다. 아이라최의 낙원이 황금빛 건물이 가득 찬 도시가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오아시스가 된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의 캔버스 안에는 가족과 함께 오래도록 바라보던 달이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비춥니다. 그 고요함 아래 약동하는 생명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작가가 창조한 이 세계에는 그가 보는 인간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카멜레온은 노인을, 천진한 판다곰은 어린이를 닮았고, 홍학과 백조 등 부유하는 큰 새들은 군중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나비나 잠자리와 같은 곤충은 여행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안내자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설원의 수호자, 72.7x60.6cm, Oil on canvas, 2021. ⓒ아이라최
주인공인 설표(雪豹)는 낙원을 지키는 수호자입니다. 2019년부터 캔버스 위에 모습을 드러낸 흰 표범은 싸울 일이 없어 코가 하트 모양으로 변한 모습입니다. 종종 등장하는 검은 표범은 흰 표범의 친구이자 연인입니다. 표범들은 꽃밭에서 사랑을 나누고, 나무 위에서 낙원을 내려다봅니다. 아기 표범들은 오아시스에서 수영을 하고 장난을 치며 하루를 보냅니다.
“곧 제 마음이기도 한 이 낙원을 지키는 수호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맹수를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어요. 여러 동물을 그려봤는데 제가 가장 그리고 싶은 건 표범이더군요. 야비하지 않고 모성애가 강한 점도 마음에 들고요.
또 흰색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색이잖아요. 저랑 닮았어요. 전 뭐가 많이 묻지 않고 솔직한 사람이거든요. 가족들이 ‘속이 너무 훤하다’며 걱정하기도 해요. (웃음) 하지만 저는 순수함에는 그 나름의 강인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중력을 잃은 듯 고래상어와 사람이 하늘을 날던 그림은 수호자를 얻은 후부터 점점 차분해지고 행복해졌습니다. 사람은 점점 작아지고, 동물들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죠.
“그건 ‘나’라는 사람, 개인에 대한 상념이 빠진 거예요. 인간이 자연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인간은 이 낙원의 주인공이 아니에요. 손님이자 관찰자죠. 인생을 살면서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듯이, 그림 속 여인은 바닷가에서 쉬기도 하고 바위산을 건너기도 해요. 낙원을 향해 가는 인간의 모습이 그림 속 여인과 닮지 않았나요?”
2016년도에 그린 아이라최 작가의 초기작 ⓒ아이라최
Chapter 2.
겹겹이 쌓아 올린 세계
붉은땅의 오아시스, 116.8x91cm, Oil on canvas, 2023. ⓒ아이라최
#나이프
선명한 색과 콜라주처럼 경계가 명확한 표현은 작가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금속 조형을 전공한 작가는 나이프를 이용해 유화 물감을 얇게 찍어 층을 쌓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직접 세필 붓처럼 끝을 날카롭게 갈고 사포로 밀어 잘 휘게 만든 나이프에 기름을 타지 않은 유화 물감을 묻혀 올려 선명한 발색을 유지합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물감을 섞어 만든 레드 오렌지색은 작가가 소개한 ‘시그니처’입니다.
아크릴이 아니라 유화 물감을 고집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유화 물감은 더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숨이 죽는 아크릴 물감보다 깊이가 있습니다. 나이프로 물감을 얇게 쌓고, 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터치가 쌓여 내가 마지막에 완성할 그림을 기대하는 과정이 궁극의 낙원에 도착하는 과정과 닮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써머 파라다이스(Summer Paradise), 130.3x130.3cm, Oil on canvas, 2022. ⓒ아이라최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는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이야기에 걸맞게 화면을 구성하고 배열합니다. 이때 각각의 상징을 가진 자연물들이 등장합니다. 최근 작가의 그림에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푸른발 부비새가 등장했죠. 작가는 여름을 맞아 동물들에게 바캉스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푸른발 부비새를 보고 그림에 등장시켜야겠다 싶었어요. 그림 속 푸른발 부비새들은 뒤에 놓인 진주는 쳐다보지도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죠. 표범 가족들은 각자 놀고 있는 듯하지만, 서로를 봐주고 있고요. 동물들을 보면서 이들의 시선과 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가 될 거예요.”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모범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몇 날 며칠 자료를 찾고 그림의 배열과 구성, 컬러까지 정해 완성본을 머릿속에 넣어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머리로 구상하는 과정이 그림 그리는 과정보다 훨씬 고되고 힘들죠. 오히려 그림 그릴 때는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껴요. 즉흥적인 터치에 의한 변화를 즐기는 타입은 아닙니다. 애드리브도 별로 없고요.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하하.”
함께라면 언제나 봄, 60.6x60.6cm, Oil on canvas, 2022. ⓒ아이라최
Chapter 3.
당신만의 낙원을 찾아서
아이라최 작가의 웨어러블 아트. 금속을 이용해 헤드피스를 만들었다. ⓒ보그 (사진=아티스트 제공)
때로는 맞는 일보다 맞지 않는 일이 해보는 것이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공예 학원을 하셨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만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소재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보니 오히려 회화가 너무 베이직하고 재미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금속 조형을 전공했죠. 학교에 갔더니, 저는 화려한 색을 써야 하는 사람인데 황동·백동·청동만 쓰려니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때는 사람들이 평생 금속 작업을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내가 너무 새내기라 모르나보다 생각했죠.”
학부를 졸업하고 회화로 일본 유학을 준비했지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계획을 접고 귀국해야 했습니다. 이후 주위의 권유로 대학원에 진학해 금속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당시 웨어러블 아트 작업으로 디자이너와 협업해 서울패션위크에 작품을 선보이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분명해졌습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
낙원을 찾아서, 72.7x72.7cm, Oil on canvas. ⓒ아이라최
“작가는 노력이 배신하는 직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진 아이라최 작가는 “그럼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먹여 살리면서” 생각한 것은 ‘삼한사온’이었다고.
“3일은 열심히 일하고, 4일은 원 없이 작업하자! (웃음) 그래서 절대로 일주일 내내 일하지 않았어요. 작업해야 하니까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우선순위는 작업입니다. “직업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남들 일하는 시간만큼 그리고,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도 꾸준히 작업하려고 해요.”
그림이라는 낙원을 찾은 아이라최 작가는 캔버스에서 자신만의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각자 마음속에 자신만의 낙원이 있을 거예요. 제 그림이 조금이라도 각자 마음의 파라다이스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ARTTAG 변혜령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