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풍경화 #색연필 #펜 #집 #풍선

#art #painting #illustration #landscape #coloredpencil #pen #house #balloons


HAPPY HOUSE


There are ordinary and not-so-ordinary landscapes that surround our home. I look at those ordinary landscapes that surround us with warmth and love. I put my precious emotions that want to be happy and pounded into my work. All of my paintings have a underlying themes of happiness, dreams, hope, serenity, comfort, family, and love. I work with colored pencils to bring energy to life. It's easy to think of colored pencils as a material for light sketching, but they're as durable and long-lasting as oils or acrylics. I finish with mother-of-pearl, depending on the piece. Mother-of-pearl is unique to Korea and gives off a beautiful glow that enhances the mood of the piece.



행복이 사는 집, 108x58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22. ⓒ이보윤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누군가는 따듯한 보금자리로서의 집을 떠올릴 겁니다.사전이 정의하는 ‘집’의 의미가 열댓 개를 넘어가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 집은 복잡하고 입체적인 의미를 갖는 듯합니다. 이보윤 작가에게도 집은 모호한 존재입니다. 희로애락이 혼재된 곳이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죠.


작가는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며 집뿐 아니라 삶의 모호함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의 소담한 집에는 각각의 삶을 향한 애정 어린 손길이 묻어납니다.


‘행복한 집을 그리는 작가’ 이보윤을 만났습니다.

이보윤 초기작(2011-2012) <꿈꾸는 감천동> ⓒ이보윤

꿈에, 91x65cm, 종이에 잉크, 아티스트펜, 색연필, 자개, 2022. ⓒ이보윤

Chapter 1.
당신의 집과 당신의 삶


#아시아프

작가는 2012년 조선일보 아시아프에서 인기작가상을 수상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직후였습니다. “그림은 계속 그리고 있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어요. 승진 직전이었는데 아주 담담한 마음으로 사표를 내고 공모전에 그림을 냈죠.”


당시 수상작은 부산 감천동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군락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외형과 색을 가진 집들에서 작가의 강점인 디테일이 드러나는 작품이었죠. 그때부터 작가는 ‘집’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집’이나 ‘가족’에 꽂혀있던 사람은 맞는 것 같아요. 왜 엄마 아빠는 내 엄마 아빠가 됐을까? 우리가 왜 가족으로 만나게 됐을까? 이런 생각을 막연히 해왔거든요.

집은 희로애락이 있는 장소예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인 동시에 그 공간 때문에, 혹은 그 공간 안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절망하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저에게 집은 참 어려운 공간이에요.”


어느새 집을 그려온 지도 10여 년. 질리지 않고 집을 그려올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집은 곧 나예요. 그래서 저는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면서 나를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저는 집은 화려하게 그리지 않아도 풍경은 화려하고 따듯하게 그려요. 아주 멋지거나 값비싸지 않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마냥 따듯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행복한 집’을 그리게 된 것 같아요.”

집, 78x56cm, 종이에 펜과 색연필, 2015. ⓒ이보윤

Home,my sweet home. 55x67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2017. ⓒ이보윤

Chapter 2.
삶의 색을 칠하다


작가에게 미술은 본능이었습니다. 6살 적 삼촌을 3시간 동안 앉혀 놓고 얼굴의 점까지 세세하게 그렸다는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부터 내내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갔던 학창 시절까지.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 대신 손으로 만지고 그리는 것이 쉬웠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미술하는 애’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타고난 것은 ‘그리고 싶은 욕망’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사진처럼 머리에 떠올라요. 그러면 그걸 꼭 그려야 하는 거예요.안 그릴 수가 없어요.

놓쳐버리면 찝찝함을 넘어서 '인생의 무언가 큰 것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영감의 순간은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죄다 흘리면서 먹고 있을 때, 인생에서 설렘이 필요할 때 등 소소한 일상에서 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림의 크기와 색까지 세세하게 머릿속에 영감이 번쩍 떠오르면 망설이지 않고 잉크를 묻혀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그의 펜은 얼기설기 얽은 슬레이트 지붕과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의 잎 하나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색연필 #아티스트펜 #오일파스텔 #자개

채색의 주재료는 색연필입니다. 색연필은 흔히 밑그림이나 아동을 위한 재료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연필과 역사를 같이 해온 견고한 재료입니다. 그의 그림이 가진 동화적인 따듯함은 색연필에서 옵니다.

 

원하는 밀도를 내기 위해서는 면적당 정해진 시간만큼의 공을 들여야 합니다. 색연필을 날카롭게 깎고 칠하기를 반복합니다. 작가는 “절대 농땡이를 칠 수가 없는 작업”이라며 웃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티스트 펜, 아크릴 잉크, 오일 파스텔과 자개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됩니다. 작품에 따라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합니다. 그중 자개는 2018년 무렵 밤하늘의 표현에 매진하던 중, 자연에서 온 빛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재료입니다.

 

그렇게 하루에 8~10시간씩 2주를 꼬박 들여야 10호 그림 하나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표구와 배접의 과정을 직접 확인해야 비로소 한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그림을 넘기면 끝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림이 5년 후, 10년 후까지 유지·보존될 수 있게 하는 것까지가 제 책임이죠.

그래야 원작이 가진 힘이 유지되고요. 나의 에너지, 나의 시간, 나의 노동, 나의 마음이 다 응축된 거잖아요."

두근두근 내인생, 17x32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19. ⓒ이보윤

소원이 이루어지는 밤, 56x73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21. ⓒ이보윤

Chapter 3.
행복이 사는 집


#풍선

작가는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 이보윤을 알아가는 과정이 그림에 반영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먼저 집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나’보다 ‘우리’의 풍경을 먼저 그렸던 셈입니다.


이후 작가의 관심사는 ‘나’를 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풍경은 오롯한 집 한 채로 바뀌었습니다. 작가는 집에 풍선을 달아주기도 하고(두근두근 내 인생), 별똥별을 내려주기도 하면서(소원이 이루어지는 밤) 집을 가꾸었습니다. 별똥별은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설렘과 행복함, 풍선은 가라앉은 나를 끌어올리는 응원이 담겨있습니다.


#고양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유일하게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입니다.

 

"작가와 작품을 떼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저는 관람자들이 그림을 보는 찰나엔 온전히 이 집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요.

그런데 사람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사람 발자국 하나라도 그리면 그게 그림의 주인공이 되더군요.


강아지를 그리지 않는 이유도 같아요. 강아지는 사람과 너무 가까운 동물이라 강아지가 있으면 사람이 느껴져요.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의 이미지를 가진 고양이를 그렸죠.

저 자신이 집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뻔뻔한 고양이처럼 되고 싶기도 했어요."


이제는 다시 ‘우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가 존재하려면 ‘우리’'있어야 하고,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고양이도 이제 가족의 모습으로 등장해요."


#행복

그러나 자신의 그림을 어렵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제 그림을 (관람자가) 이해하고 공감해 줄 때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간다고 느껴요.

그래서 '어렵겠지만 어디 한번 이해해 보라'는 식의 그림은 그릴 수 없고, 그리고 싶지 않아요.

제 그림에는 제 삶이 담겨있는데, 이 삶의 흐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좀 예쁘게 바라봐 줘야 내 인생도 예뻐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제 그림을 보는 순간만큼은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요."

 

그가 내놓은 ‘행복’이라는 뻔한 답이 이토록 힘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보윤의 소개말 앞에 한 구절을 더하고 싶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 사는 집.





ARTTAG 변혜령 에디터

행복이 사는 집, 34x34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22. ⓒ이보윤

"우리는 살아갑니다. 삶을. 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명확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무수한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수한 삶들이 원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행복’


종류는 다르지만 모든 삶은 ‘행복한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가의 글 中


#일러스트 #풍경화 #색연필 #펜 #집 #풍선

#art #painting #illustration #landscape #coloredpencil #pen #house #balloons


HAPPY HOUSE


There are ordinary and not-so-ordinary landscapes that surround our home. I look at those ordinary landscapes that surround us with warmth and love. I put my precious emotions that want to be happy and pounded into my work. All of my paintings have a underlying themes of happiness, dreams, hope, serenity, comfort, family, and love. I work with colored pencils to bring energy to life. It's easy to think of colored pencils as a material for light sketching, but they're as durable and long-lasting as oils or acrylics. I finish with mother-of-pearl, depending on the piece. Mother-of-pearl is unique to Korea and gives off a beautiful glow that enhances the mood of the piece.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누군가는 따듯한 보금자리로서의 집을 떠올릴 겁니다. 사전이 정의하는 ‘집’의 의미가 열댓 개를 넘어가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 집은 복잡하고 입체적인 의미를 갖는 듯합니다.


이보윤 작가에게도 집은 모호한 존재입니다. 희로애락이 혼재된 곳이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죠. 작가는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며 집뿐 아니라 삶의 모호함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의 소담한 집에는 각각의 삶을 향한 애정 어린 손길이 묻어납니다.


‘행복한 집을 그리는 작가’ 이보윤을 만났습니다.

행복이 사는 집, 108x58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22. ⓒ이보윤

Chapter 1.
당신의 집과 당신의 삶


이보윤 초기작(2011-2012) <꿈꾸는 감천동> ⓒ이보윤

#아시아프

작가는 2012년 조선일보 아시아프에서 인기작가상을 수상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직후였습니다. “그림은 계속 그리고 있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어요. 승진 직전이었는데 아주 담담한 마음으로 사표를 내고 공모전에 그림을 냈죠.”


당시 수상작은 부산 감천동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군락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외형과 색을 가진 집들에서 작가의 강점인 디테일이 드러나는 작품이었죠. 그때부터 작가는 ‘집’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집’이나 ‘가족’에 꽂혀있던 사람은 맞는 것 같아요. 왜 엄마 아빠는 내 엄마 아빠가 됐을까? 우리가 왜 가족으로 만나게 됐을까? 이런 생각을 막연히 해왔거든요.


집은 희로애락이 있는 장소예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인 동시에 그 공간 때문에, 혹은 그 공간 안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절망하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저에게 집은 참 어려운 공간이에요.”

꿈에, 91x65cm, 종이에 잉크, 아티스트펜, 색연필, 자개, 2022. ⓒ이보윤

어느새 집을 그려온 지도 10여 년. 질리지 않고 집을 그려올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집은 곧 나예요. 그래서 저는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면서 나를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저는 집은 화려하게 그리지 않아도 풍경은 화려하고 따듯하게 그려요. 아주 멋지거나 값비싸지 않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마냥 따듯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행복한 집’을 그리게 된 것 같아요.”

집, 78x56cm, 종이에 펜과 색연필, 2015. ⓒ이보윤

Chapter 2.
삶의 색을 칠하다

Home,my sweet home. 55x67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2017. ⓒ이보윤

작가에게 미술은 본능이었습니다. 6살 적 삼촌을 3시간 동안 앉혀 놓고 얼굴의 점까지 세세하게 그렸다는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부터 내내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갔던 학창 시절까지.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 대신 손으로 만지고 그리는 것이 쉬웠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미술하는 애’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타고난 것은 ‘그리고 싶은 욕망’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사진처럼 머리에 떠올라요. 그러면 그걸 꼭 그려야 하는 거예요. 안 그릴 수가 없어요. 놓쳐버리면 찝찝함을 넘어서 ‘인생의 무언가 큰 것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영감의 순간은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죄다 흘리면서 먹고 있을 때, 인생에서 설렘이 필요할 때 등 소소한 일상에서 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림의 크기와 색까지 세세하게 머릿속에 영감이 번쩍 떠오르면 망설이지 않고 잉크를 묻혀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그의 펜은 얼기설기 얽은 슬레이트 지붕과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의 잎 하나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색연필 #아티스트펜 #오일파스텔 #자개

채색의 주재료는 색연필입니다. 색연필은 흔히 밑그림이나 아동을 위한 재료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연필과 역사를 같이 해온 견고한 재료입니다. 그의 그림이 가진 동화적인 따듯함은 색연필에서 옵니다.

 

원하는 밀도를 내기 위해서는 면적당 정해진 시간만큼의 공을 들여야 합니다. 색연필을 날카롭게 깎고 칠하기를 반복합니다. 작가는 “절대 농땡이를 칠 수가 없는 작업”이라며 웃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티스트 펜, 아크릴 잉크, 오일 파스텔과 자개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됩니다. 작품에 따라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합니다. 그중 자개는 2018년 무렵 밤하늘의 표현에 매진하던 중, 자연에서 온 빛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재료입니다.

 

그렇게 하루에 8~10시간씩 2주를 꼬박 들여야 10호 그림 하나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표구와 배접의 과정을 직접 확인해야 비로소 한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그림을 넘기면 끝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림이 5년 후, 10년 후까지 유지·보존될 수 있게 하는 것까지가 제 책임이죠. 그래야 원작이 가진 힘이 유지되고요.

나의 에너지, 나의 시간, 나의 노동, 나의 마음이 다 응축된 거잖아요."

Chapter 3.
행복이 사는 집


두근두근 내인생, 17x32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19. ⓒ이보윤

#풍선

작가는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 이보윤을 알아가는 과정이 그림에 반영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먼저 집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나’보다 ‘우리’의 풍경을 먼저 그렸던 셈입니다.


이후 작가의 관심사는 ‘나’를 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풍경은 오롯한 집 한 채로 바뀌었습니다. 작가는 집에 풍선을 달아주기도 하고(두근두근 내 인생), 별똥별을 내려주기도 하면서(소원이 이루어지는 밤) 집을 가꾸었습니다. 별똥별은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설렘과 행복함, 풍선은 가라앉은 나를 끌어올리는 응원이 담겨있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밤, 56x73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21. ⓒ이보윤

 #고양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유일하게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입니다.

 

"작가와 작품을 떼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저는 관람자들이 그림을 보는 찰나엔 온전히 이 집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요. 그런데 사람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사람 발자국 하나라도 그리면 그게 그림의 주인공이 되더군요.


강아지를 그리지 않는 이유도 같아요. 강아지는 사람과 너무 가까운 동물이라 강아지가 있으면 사람이 느껴져요.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의 이미지를 가진 고양이를 그렸죠. 저 자신이 집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뻔뻔한 고양이처럼 되고 싶기도 했어요."


이제는 다시 ‘우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가 존재하려면 ‘우리’'있어야 하고,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고양이도 이제 가족의 모습으로 등장해요."


#행복

그러나 자신의 그림을 어렵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제 그림을 (관람자가) 이해하고 공감해 줄 때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간다고 느껴요. 그래서 '어렵겠지만 어디 한번 이해해 보라'는 식의 그림은 그릴 수 없고, 그리고 싶지 않아요.


제 그림에는 제 삶이 담겨있는데, 이 삶의 흐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좀 예쁘게 바라봐 줘야 내 인생도 예뻐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웃음)


제 그림을 보는 순간만큼은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요."

 

그가 내놓은 ‘행복’이라는 뻔한 답이 이토록 힘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보윤의 소개말 앞에 한 구절을 더하고 싶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이 사는 집.




ARTTAG 변혜령 에디터

행복이 사는 집, 34x34cm, 종이에 잉크, 색연필, 자개, 2022. ⓒ이보윤

"우리는 살아갑니다. 삶을. 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명확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무수한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수천수만 개의 ‘집’을 그리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수한 삶들이 원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행복’


종류는 다르지만 모든 삶은 ‘행복한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_작가의 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