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서양화 #풍경화 #인물화 #아크릴 #오일 #사치온라인갤러리

#art #contemporaryart #fineart #painting #landscape #portrait #acrylic #oil #saatchiart


EPIDERMIS WORLD


The flesh I used to swallow is so-called “epidermis”. The cuticle meaning cells which embrace the upper part of nails, as in the same context as epidermal cells of leaves, prevents human body from evaporation and protects it from outside. epidermis is not only a symbolic word implying lop-sided way of thinking toward external appearance of the modern society but also key material of my works. I tried to remove prejudice among people based on race and gender and focus more on the inner side of us by exploring with various forms of color palette. Thus, my work shows the world beyond race and gender and explores the inner side of humankind with various colors.




캔버스 안에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너머로 시선을 던지는 이의 얼굴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뭉개지고 흐릿해져 있지만 캔버스를 응시하는 눈빛만은 또렷합니다.

다양한 매체로 내면의 온도를 그리는 작가, 홍지영을 만났습니다.

Epidermis World 12, 116.8x90.9x2.4cm, Oil on Canvas, 2020. ⓒ홍지영

Chapter 1.
껍데기를 벗긴 세상,
Epidermis World


손톱 끝부분의 옆 살을 뜯어 먹는 버릇이 있었다. 열 손가락을 뜯고 손바닥을 보면, 오목한 홈이 손가락 당 두 개씩 생긴다. 딱 그 지점까지만 뜯어서인지 고통은 없다. 오히려 살이 다시 오를 때마다 신나게 스무 개의 홈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생각 없이 뜯고 삼켜버린 살들은 ‘표피(表皮, Epidermis)’였다. _작가 노트 중

Epidermis Mart 1, 00:03:04, 1920x1080p Video, 2010-2011. ⓒ홍지영

#표피

홍지영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표피(Epidermis)’입니다. 우리의 몸을 덮고 있는 두께 0.3mm의 얇은 가죽. 어린 시절 유희의 대상이었던 표피는 미디어와 매체를 접하며 평가의 대상이자 삭제하고 변형하고 싶은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외모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죠. 그러다 서서히 미디어에 노출되고 사회와 소통해 나가며 외모를 보는 기준과 편견이 생기게 되죠. 그런 측면에서 표피는 현대사회의 외형적 기준과 편견이 드러나는 매개체예요."

Epidermis Mart 2 & Epidermis Products, 00:04:04, 1920x1080p Video, Installation, 2015. ⓒ홍지영

#비디오

초기 작업에서 홍지영은 표피 그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비디오와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 ‘Epidermis Mart’에서 그는 매매할 수 있는 실리콘 표피와 정육점 고기처럼 매달린 마네킹의 이미지를 선보였습니다. 표피를 쉽게 뜯어낼 수 있는 신체 부위인 입술은 작품의 주요한 매개물이었습니다.

 

이후 작가는 열화상(물체의 열 복사를 전자적으로 측정하여 기록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이미지) 개념을 도입해 표피를 제거한 가상의 공간을 제시했습니다. 이름하여 ‘Epidermis World’. 홍지영이 건설한 세계입니다.

 

열화상 카메라의 눈으로 볼 때 우리는 껍데기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내부의 온도를 봅니다. Epidermis World에서는 성별과 인종 등 시각 정보가 사라진 자리를 색이 채우고, 외형 일부가 뭉개지거나 흐릿해진 인물들은 모두 익명으로 남습니다.

Epidermis World 5 (Limited 15), 33.4x45.5x1cm, C-print on Paper, 2016. ⓒ홍지영

Epidermis World 53, 24.2x33.4cm,  Acrylic on Canvas, 2020. ⓒ홍지영

Chapter 2.
초상, 사랑, 풍경


Epidermis World 33, 45.5x33.4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0. ⓒ홍지영

#초상 

초기 열화상 개념을 사용한 회화 작업은 얼굴 묘사에 집중한 상반신 초상이 주를 이뤘습니다. 모델은 대부분 작가 자신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문득 자화상에도 편견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부터 가상의 인물로 대체해 그리기 시작했죠."


프랑스에서 레지던시를 마치고 돌아온 2019년, 작가는 사랑과 풍경을 테마로 주제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얼굴에 집중됐던 시선은 신체로 넓어졌습니다. 다양한 신체가 접촉하고 있는 ‘사랑’ 테마의 그림에서는 주체보다 행위가 더욱 강조됩니다. 으스러질 듯한 포옹과 겹쳐 있는 다리, 조심스럽게 잡은 손에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봅니다.


#풍경

‘풍경’ 테마의 그림에는 작가가 방문했던 장소나 추억의 이미지를 토대로 상상한 가상의 공간이 등장합니다.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부부의 이미지가 아름답게 기억에 남아 그렸다는 ‘Dinner at a Restaurant’는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Dinner at a Restaurant, 80.3x116.8cm, Acrylic on Canvas, 2022. ⓒ홍지영

팬데믹 시기 그린 ‘With you’ 시리즈에는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담겼습니다. <Epidermis World 54>는 사치 온라인 갤러리 인스타그램에 소개되어 그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제가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제가 그리는 풍경이 여행에서 만난 장면이기도 하고요. ‘나도 이런 여행의 기억이 있지’ 하고 공감대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Epidermis World 54, 33.4x24.2cm, Acrylic on Canvas, 2020. ⓒ홍지영

Chapter 3.
리듬과 본능의 회화


#회화

작가는 자신의 회화 작업을 ‘본능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상의 공간 Epidermis World를 이성적으로 소개하는 도구가 영상 매체라면, 본능으로 뿜어내는 도구는 회화인 셈입니다. “그림은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예요. 촉감적으로도 그렇고요. 영상은 아무래도 편집의 과정을 거치게 되잖아요. 색을 고르는 과정도 즉흥적인 감정과 컨디션에 맡기죠.”

Youth 1, 30.3x193.9cm, Acrylic on Canvas, 2022. ⓒ홍지영

#아크릴 #오일 #오일파스텔

본능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페인팅과 어울리는 재료는 아크릴입니다. 아크릴은 유화 물감에 비해 빨리 마르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재료입니다. 쨍한 색감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인데요. 색이 화려할수록 형체가 허물어져 화려한 고채도의 색을 선호합니다. 가벼운 스케치를 할 때는 색연필같이 가벼운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에서는 ‘강약’을 강조했습니다.

 

“그림이 됐든, 사람 간의 관계가 됐든 모든 것에 강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작업에서도 어디를 거침없이 그릴지, 어디를 세밀하게 그릴지를 생각해요. 안 그리는 것도 있어야 하고, 더 과감하게 그려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하고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그린 ‘Youth 1’은 포토샵으로 레이어를 쌓듯 순서를 의식하며 그려 나간 작품입니다. 거침없는 붓 터치와 두드러지는 질감에서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과감한 필치와 색감은 특히 해외 컬렉터들이 꼽는 홍지영 작가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Epidermis World: Love 29, 72.7x90.9cm, Acrylic on Canvas, 2021. ⓒ홍지영

어디를 덜어낼지,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아는 것도 작가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는 홍지영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더욱 가벼워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노력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작업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웠으면 해요. 저는 소통을 하고 싶은 거거든요.”


우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표피의 평균 두께는 0.3mm. 무수한 자극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0.3mm의 얇은 껍질을 벗겨내면 무엇이 보이나요. 홍지영이 묻습니다.




ARTTAG 변혜령 에디터



#현대미술 #서양화 #풍경화 #인물화 #아크릴 #오일 #사치온라인갤러리

#art #contemporaryart #fineart #painting #landscape #portrait #acrylic #oil #saatchiart


EPIDERMIS WORLD


The flesh I used to swallow is so-called “epidermis”. The cuticle meaning cells which embrace the upper part of nails, as in the same context as epidermal cells of leaves, prevents human body from evaporation and protects it from outside. epidermis is not only a symbolic word implying lop-sided way of thinking toward external appearance of the modern society but also key material of my works. I tried to remove prejudice among people based on race and gender and focus more on the inner side of us by exploring with various forms of color palette. Thus, my work shows the world beyond race and gender and explores the inner side of humankind with various colors.


캔버스 안에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너머로 시선을 던지는 이의 얼굴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뭉개지고 흐릿해져 있지만 캔버스를 응시하는 눈빛만은 또렷합니다.

다양한 매체로 내면의 온도를 그리는 작가, 홍지영을 만났습니다.

Epidermis World 12, 116.8x90.9x2.4cm, Oil on Canvas, 2020. ⓒ홍지영 

Epidermis Mart 1, 00:03:04, 1920x1080p Video, 2010-2011. ⓒ홍지영

Epidermis Mart 2 & Epidermis Products, 00:04:04, 1920x1080p Video, Installation, 2015. ⓒ홍지영

Epidermis World 5 (Limited 15), 33.4x45.5x1cm, C-print on Paper, 2016. ⓒ홍지영

Chapter 1.
껍데기를 벗긴 세상,
Epidermis World



손톱 끝부분의 옆 살을 뜯어 먹는 버릇이 있었다. 열 손가락을 뜯고 손바닥을 보면, 오목한 홈이 손가락 당 두 개씩 생긴다. 딱 그 지점까지만 뜯어서인지 고통은 없다. 오히려 살이 다시 오를 때마다 신나게 스무 개의 홈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생각 없이 뜯고 삼켜버린 살들은 ‘표피(表皮, Epidermis)’였다.

_작가 노트 中




#표피

홍지영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표피(Epidermis)’입니다. 우리의 몸을 덮고 있는 두께 0.3mm의 얇은 가죽. 어린 시절 유희의 대상이었던 표피는 미디어와 매체를 접하며 평가의 대상이자 삭제하고 변형하고 싶은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외모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죠. 그러다 서서히 미디어에 노출되고 사회와 소통해 나가며 외모를 보는 기준과 편견이 생기게 되죠. 그런 측면에서 표피는 현대사회의 외형적 기준과 편견이 드러나는 매개체예요."


#비디오

초기 작업에서 홍지영은 표피 그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비디오와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 ‘Epidermis Mart’에서 그는 매매할 수 있는 실리콘 표피와 정육점 고기처럼 매달린 마네킹의 이미지를 선보였습니다. 표피를 쉽게 뜯어낼 수 있는 신체 부위인 입술은 작품의 주요한 매개물이었습니다.

 

이후 작가는 열화상(물체의 열 복사를 전자적으로 측정하여 기록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이미지) 개념을 도입해 표피를 제거한 가상의 공간을 제시했습니다. 이름하여 ‘Epidermis World’. 홍지영이 건설한 세계입니다.

 

열화상 카메라의 눈으로 볼 때 우리는 껍데기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내부의 온도를 봅니다. Epidermis World에서는 성별과 인종 등 시각 정보가 사라진 자리를 색이 채우고, 외형 일부가 뭉개지거나 흐릿해진 인물들은 모두 익명으로 남습니다.

Epidermis World 53, 24.2x33.4cm,  Acrylic on Canvas, 2020. ⓒ홍지영

Epidermis World 33, 45.5x33.4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0. ⓒ홍지영

Dinner at a Restaurant, 80.3x116.8cm, Acrylic on Canvas, 2022. ⓒ홍지영

Epidermis World 54, 33.4x24.2cm, Acrylic on Canvas, 2020. ⓒ홍지영

Youth 1, 30.3x193.9cm, Acrylic on Canvas, 2022. ⓒ홍지영

Epidermis World: Love 29, 72.7x90.9cm, Acrylic on Canvas, 2021. ⓒ홍지영

Chapter 2.
초상, 사랑, 풍경

 

#초상 

초기 열화상 개념을 사용한 회화 작업은 얼굴 묘사에 집중한 상반신 초상이 주를 이뤘습니다. 모델은 대부분 작가 자신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문득 자화상에도 편견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부터 가상의 인물로 대체해 그리기 시작했죠." 


프랑스에서 레지던시를 마치고 돌아온 2019년, 작가는 사랑과 풍경을 테마로 주제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얼굴에 집중됐던 시선은 신체로 넓어졌습니다. 다양한 신체가 접촉하고 있는 ‘사랑’ 테마의 그림에서는 주체보다 행위가 더욱 강조됩니다. 으스러질 듯한 포옹과 겹쳐 있는 다리, 조심스럽게 잡은 손에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봅니다.


#풍경

‘풍경’ 테마의 그림에는 작가가 방문했던 장소나 추억의 이미지를 토대로 상상한 가상의 공간이 등장합니다.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부부의 이미지가 아름답게 기억에 남아 그렸다는 ‘Dinner at a Restaurant’는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팬데믹 시기 그린 ‘With you’ 시리즈에는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담겼습니다. <Epidermis World 54>는 사치 온라인 갤러리 인스타그램에 소개되어 그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제가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제가 그리는 풍경이 여행에서 만난 장면이기도 하고요. ‘나도 이런 여행의 기억이 있지’ 하고 공감대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Chapter 3.
리듬과 본능의 회화

 

#회화

작가는 자신의 회화 작업을 ‘본능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상의 공간 Epidermis World를 이성적으로 소개하는 도구가 영상 매체라면, 본능으로 뿜어내는 도구는 회화인 셈입니다. “그림은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예요. 촉감적으로도 그렇고요. 영상은 아무래도 편집의 과정을 거치게 되잖아요. 색을 고르는 과정도 즉흥적인 감정과 컨디션에 맡기죠.”

 

#아크릴 #오일 #오일파스텔

본능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페인팅과 어울리는 재료는 아크릴입니다. 아크릴은 유화 물감에 비해 빨리 마르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재료입니다. 쨍한 색감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인데요. 색이 화려할수록 형체가 허물어져 화려한 고채도의 색을 선호합니다. 가벼운 스케치를 할 때는 색연필같이 가벼운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에서는 ‘강약’을 강조했습니다.

 

“그림이 됐든, 사람 간의 관계가 됐든 모든 것에 강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작업에서도 어디를 거침없이 그릴지, 어디를 세밀하게 그릴지를 생각해요. 안 그리는 것도 있어야 하고, 더 과감하게 그려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하고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그린 ‘Youth 1’은 포토샵으로 레이어를 쌓듯 순서를 의식하며 그려 나간 작품입니다. 거침없는 붓 터치와 두드러지는 질감에서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과감한 필치와 색감은 특히 해외 컬렉터들이 꼽는 홍지영 작가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어디를 덜어낼지,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아는 것도 작가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는 홍지영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더욱 가벼워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노력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작업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웠으면 해요. 저는 소통을 하고 싶은 거거든요.”


우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표피의 평균 두께는 0.3mm. 무수한 자극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0.3mm의 얇은 껍질을 벗겨내면 무엇이 보이나요. 홍지영이 묻습니다.




ARTTAG 변혜령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