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팝아트 #리리랜드 #핑거페인팅 #행복

#art #popart  #3D #Lililand #finger painting #happiness


LILILAND DELIVERS

HAPPINESS


Artist Sion appeared before us in 2023 with the series <Liriland>, a world shining with happiness. A place where the magical girls ‘Lili’ live in harmony with twinkling stars, flowers, and the Milky Way. ‘Liriland’, a world of happiness, was paradoxically born at the end of depression.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그리기를 지속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즐거움이라는 간단한 답을 

우리는 종종 잊어버립니다.

 

예술계의 거대담론과 사회적 역할 앞에 

그리는 즐거움은 종종 뒤편으로 

밀려나는 듯합니다. 


'시온' 작가는 그를 추동하는 힘이야말로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작가입니다.


LILI LAND. Mixed Media. 60.6x72.7cm. 2023

Chapter 1. 

WELCOME TO

LiLiLAND


시온 작가는 2023년 행복으로 빛나는 세계 <리리랜드> 연작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반짝이는 별과 꽃과 은하수와 어울려 살아가는 마법 소녀 ‘리리’들이 있는 곳. 행복의 세계인 ‘리리랜드’는 역설적이게도 우울함의 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삶이 힘들고 모든 것을 놓고 싶었던 시절. 그를 잡아주었던 것은 “독특하게도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당시 굉장히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였는데, 우연히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 <스파이X패밀리>라는 작품이었어요. 힘듦을 간직한 캐릭터들이 합심해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나간 애니메이션인데요. 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서 ‘살고 싶다’고 느꼈어요. 정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너무 즐거운 일이 생긴 거예요.“

 

그 즐거움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작가를 이끌었습니다. “나도 저 주인공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시온, LiLi’s Garden No.3,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애니메이션 속 세상은 이상적입니다. 악은 처벌을 받고, 선은 언제나 승리하며, 주인공은 결국 시련을 극복합니다. 그곳은 사랑, 희망, 순수 따위의 가치가 현실의 이해관계 앞에 퇴색되지 않는 세상. 사회적 지위나 성취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세상이죠.




"만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은 힘듦과 맞서 싸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빛에 매료되어 다른 곳에서 얻지 못한 
위로와 공감을 느꼈다. "


-작가 노트 중-


ⓒ시온, 어둠속에서 색채를 1,2,3, 60.0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Chapter 2. 

손끝으로 그리는

행복의 세계

ⓒ작업 중인 시온작가

오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의 영향으로 평면성이 부각되던 작업 초기, 작가의 큰 숙제는 “자유로움과 회화성이 느껴지는 그리기”였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물감이 두텁게 올라가면서 회화성이 강조되더라고요.”

 

이후부터 작가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핸드페인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상과 마무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업은 모두 손으로 진행됩니다. 붓을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 정리 단계 정도입니다.

 

어떤 매개체 없이 캔버스에 손이 바로 닿게 되는 핸드페인팅은 작가에게 단순한 기법을 넘어 작품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의미합니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붓이라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 캔버스에 바로 닿게 돼요. 회화를 오래 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죠. 제 감정도 뭔가를 거치지 않고 오롯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손으로 작업하며 생기는 거친 터치들을 작가는 ‘생채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림에 난 이 수많은 흠집들이 모여 아름답게 반짝이는 리리랜드를 만듭니다.

 

리리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머릿속에 부유하는 이미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항상 근처에 놓아두는 작업노트에 기록한 메모를 거친 에스키스로 옮기고 나면 이후의 과정은 직관을 따릅니다.

 

ⓒ시온, 별 헤는 밤의 리리, 97.0x130.3cm, Acrylic on Canvas, 2023.

첫 개인전 <별은 언제나 이곳에 있었다>의 표제작 ‘별 헤는 밤의 리리’도 그렇게 그린 작품. “리리가 뒤를 돌아보는 이미지가 번쩍 스쳤어요. 이미지뿐 아니라 제목도 바로 생각났죠. 말 그대로 머릿속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경험이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채입니다. 형광색의 레이어가 겹치고 겹치며 비현실적 느낌을 더합니다.
 
“계획을 가지고 색을 사용하진 않아요. 톤 정도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편이죠.
 
작가들이 으레 캐릭터를 창조해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캐릭터들이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이야기 안에서 놀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도 그 말에 공감하는 게, 그림을 그리다 어느 단계를 지나면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계산에 따르기보다는 그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냥 되는 것’이라고 할까요.”
 
각각의 캐릭터가 이끄는 대로 작업을 하다 보니 사용하는 재료도, 기법도 다양해졌습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오일 파스텔, 색연필, 펜을 사용해 새로운 질감을 더하기도 하고 스티커나 오브제를 붙이기도 하죠. 액세사리 부자재나 네일 아트에 쓰이는 글리터와 큐빅 등도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개인적으로 평면에 입체 효과를 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단순한 평면 작업보다 다양한 질감과 물성이 있는 게 재미있잖아요.”

ⓒ작업 중인 시온작가

Chapter 3.

그리는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시온, 문득, 두둥실, 32.0x32.0cm, Acrylic on Canvas, 2023.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서. 더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있는 게 미술밖에 없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작가에게 그림은 자연스럽게 늘 곁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 잘 그리는 애’로 통했고, 항상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미대를 다닐 때에는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게 뭔가,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에 대한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걸 해소하기 위한 방황이 길었죠. 사업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미술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미술 밖에서 이룬 성취가 하나도 내 것 같지 않더라고요. 뭘 해도 항상 마음이 비어있는 것 같았어요.”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남들이 “너 정도면 행복하지” 얘기해도 제 마음은 그게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몰라 계속 불행했던 거였어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행복하더라고요.
 
그렇게 어렵게 그림을 다시 찾으니 관점이 달라졌어요. 이전에 그림이 성공의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그리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무언가 이루지 않더라도 평생 그림을 그릴 거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니 오히려 사람들이 더 좋아해 주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그리기와 현재의 그리기, 아마추어로서의 그리기와 작가로서의 그리기가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모든 그리기들을 겹쳐 본 작가는 늘 그 안에 있었던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그 오랜 시간 자신을 그리게 한 힘. 그것은 ‘재미’였습니다.

   

ⓒ시온작가

내 곁의 작은 새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파랑새였음을 깨닫는 과정은 낭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헤맸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나만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었죠. 이제 그는 그리는 즐거움을 잊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투루 쓴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양분이 되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경험한 것이 작업에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런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행복해졌으니,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늘 작업이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 때론 삐끗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이게 아닌데’ 싶거나 어디를 더 해야 될지 모르겠는 순간이 오기도 해요. 사실 많죠. (웃음) 그럴 땐 다른 그림을 그리거나 잠깐 나갔다 오거나 다음날 다시 그려요. 정말 희한하게 꾸역꾸역 그린 그림은 보는 사람들이 바로 알거든요.”
 
여전히 어떤 날은 기쁘고, 어떤 날은 절망합니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땐 미술이 제게 취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안 후에는 이제 평생 같이 갈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어디에서 살고 있던 저는 그림을 그릴 것 같습니다.”

 ⓒ시온 작가의 작업실

#추상미술 #바람시리즈 #자연과인공 #규칙과불규칙

#AbstractArt #WindSeries #NaturalToArtificial



BARAM SERIES



'Baram' in Korean languae has two meanings; flow of air (wind) or strong wish for something to happen. Baram Series illustrates wind in a simple two-dimensional form and various colors. The series also wishes to calm any harsh wind we face in our life and hopes wind to be faced carry luck.


<Baram 28>

시인은 말했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여기 직사각의 울타리 안에 흐르는 바람을 잡아놓은 작가가 있습니다. 
희망의 바람을 그리는 작가, 이건우를 만났습니다.

ⓒ이건우, Baram 178, Mixed Media on Pannel, 90.9cm x 72.7cm, 2023.

Chapter 1. <KIWA>: 
우연의 바람을 타고


목공 조형으로 미술계에 데뷔한 이건우 작가의 이력은 조그만 가구 공방에서 시작합니다. “나를 찾는 시간의 연속”이었다는 20대가 절반 정도 지났을 즈음이었습니다. 


“20대 중반까지는 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20살이 되자 친구들은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고, 취업도 하는데 저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20년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모르는 게 너무 수치스럽고 힘들었어요. 그걸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스스로를 온전히 알고 싶어 무모하리만큼 다양한 경험과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졌습니다. 목공예를 시작하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친구가 우연히 던진 말에 수업을 듣게 됐죠. 


“’가구나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친구의 지나가는 말이 생각나 젊은 목수들을 소개하는 책을 찾아 읽었어요. 너무 매력 있더라고요. 운이 좋게 책에 소개된 작가 중 한 분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셨어요. 인원이 꽉 차있어서 6개월을 기다려 수업에 들어갔죠. 시작하자마자 ‘내 길이다’ 이런 마음은 없었고요. 그냥 이 과정을 잘 마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수업은 단순히 가구를 만드는 방법만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이건우 작가는 그곳에서 ‘작가 정신’을 배웠다고 이야기합니다. 


“가구를 배우러 간 거였는데, ‘작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시는 거예요. 커리큘럼의 마지막 6개월은 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그 스트레스가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그런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더 잘하고 싶고, 완성해 내고 싶다는…. 살아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건우, <KIWA> 연작, 2017.

작업 중인 이건우 작가

“나무가 자라는 과정에서 날씨나 성장 속도에 따라 나이테의 간격이 달라지는데, 그 무늬가 아름다워 사용해 보고 싶었어요. 당시 작업이 크기가 있어 친구들이 새벽에 와서 날라주는 등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보잘것없고 깨지기 쉬운 기왓장이 여러 개 쌓이면 지붕이 되어 기능이 생기는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과 똑같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20대 중반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합동하면 더 단단한 것, 더 큰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걸 작품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경인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과 만나며 가능성을 인정받던 작가는 돌연 1년간의 공백 이후 평면 회화 <바람> 연작을 발표합니다. 


 


작업 중인 이건우 작가

<Baram 47>

<Baram 204>

Chapter 2.
평면: 터널의 끝에서 불어온 바람

 

오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의 영향으로 평면성이 부각되던 작업 초기, 작가의 큰 숙제는 “자유로움과 회화성이 느껴지는 그리기”였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물감이 두텁게 올라가면서 회화성이 강조되더라고요.”

 

이후부터 작가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핸드페인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상과 마무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업은 모두 손으로 진행됩니다. 붓을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 정리 단계 정도입니다.

 

어떤 매개체 없이 캔버스에 손이 바로 닿게 되는 핸드페인팅은 작가에게 단순한 기법을 넘어 작품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의미합니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붓이라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 캔버스에 바로 닿게 돼요. 회화를 오래 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죠. 제 감정도 뭔가를 거치지 않고 오롯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손으로 작업하며 생기는 거친 터치들을 작가는 ‘생채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림에 난 이 수많은 흠집들이 모여 아름답게 반짝이는 리리랜드를 만듭니다.

 

리리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머릿속에 부유하는 이미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항상 근처에 놓아두는 작업노트에 기록한 메모를 거친 에스키스로 옮기고 나면 이후의 과정은 직관을 따릅니다.

 첫 개인전<별은 언제나 이곳에 있었다>의 표제작 ‘별 헤는 밤의 리리’도 그렇게 그린 작품. “리리가 뒤를 돌아보는 이미지가 번쩍 스쳤어요. 이미지뿐 아니라 제목도 바로 생각났죠. 말 그대로 머릿속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경험이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채입니다. 형광색의 레이어가 겹치고 겹치며 비현실적 느낌을 더합니다.

 

“계획을 가지고 색을 사용하진 않아요. 톤 정도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편이죠.

 

작가들이 으레 캐릭터를 창조해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캐릭터들이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이야기 안에서 놀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도 그 말에 공감하는 게, 그림을 그리다 어느 단계를 지나면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계산에 따르기보다는 그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냥 되는 것’이라고 할까요.”

 

각각의 캐릭터가 이끄는 대로 작업을 하다 보니 사용하는 재료도, 기법도 다양해졌습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오일 파스텔, 색연필, 펜을 사용해 새로운 질감을 더하기도 하고 스티커나 오브제를 붙이기도 하죠. 액세사리 부자재나 네일 아트에 쓰이는 글리터와 큐빅 등도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개인적으로 평면에 입체 효과를 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단순한 평면 작업보다 다양한 질감과 물성이 있는 게 재미있잖아요.”

ⓒ이건우, Baram 41-43, Mixed Media on Canvas, 162cm x 130cm, 2020.

ⓒ이건우

ⓒ이건우

Chapter 3.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는 일


보이지 않는 바람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요? 대개는 바람에 흔들리는 사물을 그릴 겁니다. 흔들리는 옷자락과 춤추는 나무, 성난 파도는 자연스럽게 살갗에 닿는 차가운 공기와 귀 옆을 지나가며 내는 소리를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바람> 연작에서 바람은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자유롭고 비정형적인 바람을 가장 규칙적이고 정형적인 형태로 등장시키며 바람 그 자체를 그렸습니다.


작가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불완전함과 온전함, 규칙적인 배열과 불규칙한 적층 등 대비되는 것을 한 작품 안에 함께 배치하며 세계의 복잡성을 단순한 형태로 드러내 왔습니다. 그의 작업에서 상반된 요소들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룹니다.


“창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림을 하던, 조형을 하던, 미디어아트를 하던 장르 이전에 제 작업의 중심을 잡아주는 근간된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건 가장 ‘나다운 것’이어야 하고요. 

 

나의 장점과 단점을 쭉 써 내려가다 보면, 양쪽에 똑같은 단어가 들어갈 때가 있어요. 제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듯이요. 나를 다 벗겨내고 보니 ‘나는 이중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작업에서도 쉽게 상반된 요소의 공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와>에서는 랜덤한 나무의 무늬를 1mm의 오차 없이 잘라 붙이고 배열해 인위적인 규칙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유로움의 대명사인 바람은 <바람> 연작에서 고정된 형태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 정형화된 그림의 옆면을 보면 물감이 흘러내린 자국, 붓이 지나간 흔적이 있어요. 그 아이러니를 좋아해요.” 


전시에서 액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아이러니를 감추고 싶지 않은 작가의 의도입니다. 컬렉터들에게도 액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나를 뜯어보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게 됐죠. 싫고 좋고 할 수가 없는 게, 어떡하겠어요. 이게 저인데, 바꿀 수도 없고. (웃음)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양이 다 다를 뿐이지.”

<Baram 221>

ⓒ이건우

Chapter 4. 
가장 인공적이고 
자연스러운 바람을 찾아서


어느덧 작가는 200점이 넘는 ‘바람’을 그렸습니다. 손과 눈에 익은 작업을 5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그 안에는 늘 예상치 못한 기쁨이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반복된 행위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설렘은 무뎌지지만, 그 가운데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해요. 편안함도 있고, 안정감도 있고….

 

아직 표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이 색도 쓰고 싶고, 저 색도 쓰고 싶고, 이렇게 형태를 바꿔보고도 싶고. 이 오묘한 변주를 다 해보고 싶어요.”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변화를 주는 그 범주를 찾는 게 가장 당면한 과제입니다. 늘 머릿속에서 반 박자, 반 음계를 밀고 당기며 신선한 이미지를 찾죠.

 

캔버스 위에 직접 만든 직사각 틀을 세워보며 구도를 잡습니다. “이미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균형이에요. 시각적으로 가장 보기 좋으면서도 편안한 배열을, 그리고 신선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상을 추구합니다.”

 

특히 율동하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칩이 다양하고 조색이 용이한 페인트와 아크릴을 섞어 사용합니다.

 

“처음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는데 물감의 색이 너무 한정적인 거예요. 물감끼리 섞는 방법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과거 에어컨 일을 할 때 페인트 조색 심부름하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지금은 아크릴과 페인트를 섞어 써요. 아크릴은 캔버스에 스며드는 양이 많지만, 페인트는 아사천에 잘 스며들지 않아 바르기 수월해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거침없는 것은 목공예의 영향입니다. 재료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공구와 마감재 등을 끊임없이 접목해 보고 있습니다.

 

“(목공 현장을) 많이 따라다니며 일한 덕분에 물성에 대한 이해도가 폭넓어진 것 같아요. 붓질에서 만족하지 않고 작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에요.”


그러다 모든 것이 꼭 맞춘 듯한 작품을 완성하면 두고두고 작업을 이어갈 동력이 됩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내가 표현했을 때 엄청난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벅찬 기분이 있어요. <바람> 시리즈도 그랬고, 과정 중에 있는 새로운 작업들도 그렇고요. ‘이건 세상에 공개하고 싶지 않다. 나만 알고 싶은데’ 할 정도로요. (웃음)

 

작업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는 누군가 와서 내가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거든요. 늘 스스로 의심스럽죠. 작품을 완성한 후의 만족감, 성취감, 자신감이 큰 힘이 돼요. 내 눈에 이렇게 만족스럽다면 세상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와 같은 취향, 생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에 공감하고 좋아해 줄 거라는 확신이 들죠.”

오늘도 이건우 작가는 작업실에서 네모난 희망을 그립니다.
그의 바람이 당신의 등을 살포시 밀어주는 훈풍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