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opart #3D #Lililand #finger painting #happiness
LILILAND DELIVERS
HAPPINESS
Artist Sion appeared before us in 2023 with the series <Liriland>, a world shining with happiness. A place where the magical girls ‘Lili’ live in harmony with twinkling stars, flowers, and the Milky Way. ‘Liriland’, a world of happiness, was paradoxically born at the end of depression.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그리기를 지속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즐거움이라는 간단한 답을
우리는 종종 잊어버립니다.
예술계의 거대담론과 사회적 역할 앞에
그리는 즐거움은 종종 뒤편으로
밀려나는 듯합니다.
'시온' 작가는 그를 추동하는 힘이야말로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작가입니다.
LILI LAND. Mixed Media. 60.6x72.7cm. 2023
Chapter 1.
WELCOME TO
LiLiLAND
시온 작가는 2023년 행복으로 빛나는 세계 <리리랜드> 연작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반짝이는 별과 꽃과 은하수와 어울려 살아가는 마법 소녀 ‘리리’들이 있는 곳. 행복의 세계인 ‘리리랜드’는 역설적이게도 우울함의 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삶이 힘들고 모든 것을 놓고 싶었던 시절. 그를 잡아주었던 것은 “독특하게도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당시 굉장히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였는데, 우연히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 <스파이X패밀리>라는 작품이었어요. 힘듦을 간직한 캐릭터들이 합심해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나간 애니메이션인데요. 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서 ‘살고 싶다’고 느꼈어요. 정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너무 즐거운 일이 생긴 거예요.“
그 즐거움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작가를 이끌었습니다. “나도 저 주인공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시온, LiLi’s Garden No.3,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애니메이션 속 세상은 이상적입니다. 악은 처벌을 받고, 선은 언제나 승리하며, 주인공은 결국 시련을 극복합니다. 그곳은 사랑, 희망, 순수 따위의 가치가 현실의 이해관계 앞에 퇴색되지 않는 세상. 사회적 지위나 성취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세상이죠.
"만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은 힘듦과 맞서 싸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어도,
그들은 계속해서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빛에 매료되어 다른 곳에서 얻지 못한
위로와 공감을 느꼈다. "
-작가 노트 중-
ⓒ시온, 어둠속에서 색채를 1,2,3, 60.0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Chapter 2.
손끝으로 그리는
행복의 세계
ⓒ작업 중인 시온작가
오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의 영향으로 평면성이 부각되던 작업 초기, 작가의 큰 숙제는 “자유로움과 회화성이 느껴지는 그리기”였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물감이 두텁게 올라가면서 회화성이 강조되더라고요.”
이후부터 작가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핸드페인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상과 마무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업은 모두 손으로 진행됩니다. 붓을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 정리 단계 정도입니다.
어떤 매개체 없이 캔버스에 손이 바로 닿게 되는 핸드페인팅은 작가에게 단순한 기법을 넘어 작품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의미합니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붓이라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 캔버스에 바로 닿게 돼요. 회화를 오래 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죠. 제 감정도 뭔가를 거치지 않고 오롯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손으로 작업하며 생기는 거친 터치들을 작가는 ‘생채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림에 난 이 수많은 흠집들이 모여 아름답게 반짝이는 리리랜드를 만듭니다.
리리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머릿속에 부유하는 이미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항상 근처에 놓아두는 작업노트에 기록한 메모를 거친 에스키스로 옮기고 나면 이후의 과정은 직관을 따릅니다.
ⓒ시온, 별 헤는 밤의 리리, 97.0x130.3cm, Acrylic on Canvas, 2023.
첫 개인전 <별은 언제나 이곳에 있었다>의 표제작 ‘별 헤는 밤의 리리’도 그렇게 그린 작품. “리리가 뒤를 돌아보는 이미지가 번쩍 스쳤어요. 이미지뿐 아니라 제목도 바로 생각났죠. 말 그대로 머릿속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경험이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채입니다. 형광색의 레이어가 겹치고 겹치며 비현실적 느낌을 더합니다.
“계획을 가지고 색을 사용하진 않아요. 톤 정도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편이죠.
작가들이 으레 캐릭터를 창조해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캐릭터들이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이야기 안에서 놀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도 그 말에 공감하는 게, 그림을 그리다 어느 단계를 지나면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계산에 따르기보다는 그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냥 되는 것’이라고 할까요.”
각각의 캐릭터가 이끄는 대로 작업을 하다 보니 사용하는 재료도, 기법도 다양해졌습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오일 파스텔, 색연필, 펜을 사용해 새로운 질감을 더하기도 하고 스티커나 오브제를 붙이기도 하죠. 액세사리 부자재나 네일 아트에 쓰이는 글리터와 큐빅 등도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개인적으로 평면에 입체 효과를 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단순한 평면 작업보다 다양한 질감과 물성이 있는 게 재미있잖아요.”
ⓒ작업 중인 시온작가
Chapter 3.
그리는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시온, 문득, 두둥실, 32.0x32.0cm, Acrylic on Canvas, 2023.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서. 더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있는 게 미술밖에 없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작가에게 그림은 자연스럽게 늘 곁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 잘 그리는 애’로 통했고, 항상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미대를 다닐 때에는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게 뭔가,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에 대한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걸 해소하기 위한 방황이 길었죠. 사업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미술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미술 밖에서 이룬 성취가 하나도 내 것 같지 않더라고요. 뭘 해도 항상 마음이 비어있는 것 같았어요.”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남들이 “너 정도면 행복하지” 얘기해도 제 마음은 그게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몰라 계속 불행했던 거였어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행복하더라고요.
그렇게 어렵게 그림을 다시 찾으니 관점이 달라졌어요. 이전에 그림이 성공의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그리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무언가 이루지 않더라도 평생 그림을 그릴 거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니 오히려 사람들이 더 좋아해 주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그리기와 현재의 그리기, 아마추어로서의 그리기와 작가로서의 그리기가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모든 그리기들을 겹쳐 본 작가는 늘 그 안에 있었던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그 오랜 시간 자신을 그리게 한 힘. 그것은 ‘재미’였습니다.
ⓒ시온작가
내 곁의 작은 새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파랑새였음을 깨닫는 과정은 낭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헤맸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나만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었죠. 이제 그는 그리는 즐거움을 잊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투루 쓴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양분이 되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경험한 것이 작업에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런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행복해졌으니,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늘 작업이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 때론 삐끗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이게 아닌데’ 싶거나 어디를 더 해야 될지 모르겠는 순간이 오기도 해요. 사실 많죠. (웃음) 그럴 땐 다른 그림을 그리거나 잠깐 나갔다 오거나 다음날 다시 그려요. 정말 희한하게 꾸역꾸역 그린 그림은 보는 사람들이 바로 알거든요.”
여전히 어떤 날은 기쁘고, 어떤 날은 절망합니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땐 미술이 제게 취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안 후에는 이제 평생 같이 갈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어디에서 살고 있던 저는 그림을 그릴 것 같습니다.”
ⓒ시온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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