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도자기 #공예 #시각적끌림 #컬러풀 #전통 

#contemporary art #crafts #pottery #visual attraction #traditional #colorful

 


COLORFUL

POTTERY


Vivid colored lines intersect on the elegant white porcelain, creating a strong impression. Straight lines engraved on curved shapes create energy. We met Koo Ja-moon, an artist who creates visually appealing ceramics.




유려한 백자 위로 선명한 컬러의 

선들이 교차하며 강렬한 인상을 선사합니다. 


곡선의 형태 위로 새겨지는 직선은 

에너지를 만들어내죠. 


시각적인 끌림을 주는 도자기를 만드는

작가, 구자문을 만났습니다.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Chapter 1.
첫눈에 당신을 
사로잡는 기(器)


Colorful, Playful ∅55*100 (mm)White porcelain, 1250℃ oxidation firing, 

wheel throwing, polishing, coloring engobe 2020

구자문 작가는 백자 위에 다채로운 색의 선을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눈에 보았을 때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소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람이든 물건이든) 첫눈에 반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작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학부 시절, 우연히 한 작가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것.

 

“주제를 떠나 시각적으로 완전히 반했어요. ‘나도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턴 단순히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가가 되기 위해 작업을 하기 시작했죠.”

 

작가의 꿈을 꾸게 했던 당시의 시각적 충격은 작가의 작품관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아름답기에 소유하고 싶은 기(器)를 꿈꿉니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영역이라 어떤 이는 순백의 미를, 혹은 매끈한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겠죠. 저는 제 작업의 미(美)는 색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Repeated unevenness ∅160*110, ∅160*110, ∅160*110 (mm) 

White porcelain, 1250℃reduction firing, wheel throwing, polishing 2017

첫 개인전에서 작가는 순수한 백자에 수평의 선을 반복적으로 새긴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성형부터 정형까지, 모두 물레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콘셉트 아래 물레를 천천히 돌리며 기물에 다양한 각도의 선을 깎아나간 작품입니다. 깎아낸 부분이 만들어낸 음영에 의해 백자에 오묘한 색감이 더해진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면서, 색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박서보 선생님의 전시를 보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죠. 각도에 따라 색의 층이 사라졌다가 나타나요. 처음에는 대비되는 색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작품을 보면) 빨간색과 파란색이 자주 보여요. 다음 전시에서는 색에 대한 큰 콘셉트 없이 제가 쓰고 싶은 색을 썼죠.”


구자문 작가의 <Ballon> 시리즈 ⓒ구자문

마음 가는 대로 다양한 색을 뽑아 사용하면서 작가는 스스로 물었다고 합니다. ‘이 색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제 일상에 있는 색이었죠. 평상시에 자주 만나는 브랜드 로고의 색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스노우보드복의 색이기도 하고요. 대부분 작업에 세 가지 이상의 컬러를 사용하지 않는데, 제가 옷을 입을 때 기본적으로 세 가지 색깔을 써야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웃음)”


Jlog variable size white porcelain, 1250℃ oxidation firing, wheel throwing, 

color glaze, coloring engobe 2022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Chapter 2.
아름다움을 빚는 방법


구자문의 기(器)는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최근 유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업에 새로운 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의 작업 과정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도자는 어떤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 재료의 선택이 중요한 공예입니다. 작가가 사용하는 흙은 백자토 중에서도 가장 하얀 흙. 흙의 색이 밝을수록 잘 휘고 수축률이 높아 다루기 어렵지만, 원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발색을 얻을 수 있습니다.

 

흙을 물레에 올려 형태를 만들고(성형), 만든 기물을 건조해 섬세하게 깎고 정리하는 과정(정형)을 거쳐 가마에 소성해야 우리가 알고 있는 기(器)를 만날 수 있죠. 구자문 작가의 작업은 이중 정형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정형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구자문

깎기 좋게 마른 상태까지 기물을 건조한 후 흙 잔여물을 제거하고 물레 위에서 천천히 돌리면서 선을 깎아나갑니다. 이후 튜브로 유약을 발라 선을 완성하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유약은 날카롭고 직선적인 작업의 긴장감을 해소합니다.


구자문, Honey jar, ∅205*210 (mm), white porcelain, 1250°C 

oxidation firing, wheel throwing, color glaze, coloring engobe, 2022.

유약은 다루기 까다로워 어떤 질감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고, 가마에서 균열이나 휨을 유발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원하는 흘러내림이 나올 때까지 많게는 다섯 번까지 유약을 덧칠하고 소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예전에는 정형 단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원하는 색감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특히 유약은 색도 다양하고 적은 온도 차이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요. 흙과 유약의 수축 차이도 고려해야 하고요. 까다로운 재료인데 유약만큼 깊이감을 내는 재료가 없는 것 같아요.“


도자를 이용해 꾸준히 ‘기’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에게 기에 대한 철학을 물었습니다.

 

“’기’라는 것은 안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잖아요. ‘담는다’는 개념이 재미있었어요. 다양한 내용물을 담을 수 있지만 저는 작품에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평면 작업을 시도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직은 입체 작업만큼 저에게 시각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특히 빛을 받을 때의 느낌이요.”


Chapter 3.
가장 가까운, 
가장 먼 공예에 대해


A big tree. Acrylic on canvas 117x91cm 2022 ⓒ손정기

아침에 일어나 컵에 물을 따라 마시고, 점심엔 하얀 사기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습니다. 화병에 담긴 꽃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지요. 도자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해 있어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공예입니다. 작가는 이런 도자를 잘 감상하는 방법으로 “촉각을 활용해 보라”고 제안합니다.

 

“회화는 만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저는 전시장에 오신 분들에게 작품을 한번 만져보라고 해요. 흙의 거친 질감과 유약으로 유리화된 질감을 손으로 느껴보고, 손으로 들어 무게를 느껴보는 것과 기울여 보면서 빛에 비춰보는 것도 좋은 관람 포인트입니다.”

 

이어 도자의 매력을 물었습니다.

 

 “100퍼센트 제어할 수 없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같은 형태를 만들어 같은 온도로 구워도 (작업물이) 똑같이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모모킴, My Collection, 841 x 1189 mm, iPad Painting, Print on canvas, 2022.

 

최근 유리 공예를 접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유리 공예와 도자 공예 모두) 불을 사용하는 작업이지만 유리 공예는 눈앞에서 성형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도자 작업은 가마 문을 열기까지 결과물을 장담할 수 없죠. 그래서 과거에 도자기를 만들던 장인들은 제를 올렸다고 하잖아요. 작가로서는 힘든 부분이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매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덧 작가로 활동한 지 8년 차. 정해진 답이 없는 ‘아름다움’을 늘 고민하면서도 작가는 대중을 잊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작품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게 항상 의문이었어요. 전문가의 시선이 꼭 대중적인 판단과 일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중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가벼운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구자문 작가 ⓒ구자문


#현대미술 #공예 #융합 #전통&현대 #직선&곡선 #금속공예

#contemporaryart #fusion #traditional #modern #straight line&curve #metal


FUSION OF TRADITION

AND MODERNITY


It refers to the fusion of straight lines and curves, the study of 'unknown areas' that connect flat surfaces and curved surfaces, and has a convergent form. It reflects the characteristics of the product.


사전적 의미에서 '융합'이란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 직선과 곡선을, 과거와 현재를 '융합'적으로 녹여 

새로운 조형을 만드는 금속공예가가 있습니다. 


'에카크라프트'의 안은경 작가를 만났습니다.

Colorful, Playful ∅55*100 (mm)White porcelain, 1250℃ oxidation firing, 

wheel throwing, polishing, coloring engobe 2020

Repeated unevenness ∅160*110, ∅160*110, ∅160*110 (mm) 

White porcelain, 1250℃reduction firing, wheel throwing, polishing 2017

구자문 작가의 <Ballon> 시리즈 ⓒ구자문

Chapter 1.
EKA-: 미지의 공예를 찾아


안은경 작가  가 운영하는 브랜드 에카 크라프트(EKA craft)는 작가의 이니셜을 재배열한 것으로, 동시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원소에 붙이는 접두사이기도 합니다. 평면과 곡면이 만나는, 미지의 영역을 탐색해온 그간의 작업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이기도 하죠.

 

작가는 친환경 공예를 기조로 직선과 곡선, 3D 프린팅과 옻칠 등 상반된 요소를  결합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융합> 시리즈는 직선과 곡선이 만나 만드는 특유의 볼륨이 잘 드러나는 작업으로, 브랜드가 처음 세상에 내놓은 작업이기도 합니다. 입구에서부터 곧게 내려가다 호를 그리는 형태에서 묘한 인상을 줍니다. 표면은 옻을 직접 조색해 온화하고 따듯한 컬러로 마무리했습니다.

 

<융합> 시리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상품개발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데스크웨어 시리즈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한 선의 활용과 함께 단정한 흑칠로 마무리해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데스크웨어는 우수공예품과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되며 상품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기도 했죠.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구자문, Honey jar, ∅205*210 (mm), white porcelain, 

1250°C oxidation firing, wheel throwing, color glaze, coloring engobe, 2022. 

정형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구자문

Chapter 2.
직선과 곡선, 
과거와 현대를 섞다


‘융합’ 시리즈를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병의 입구부터 그 선을 따라가다 보면, 직선이 어느 순간 곡선으로, 평면이 어느 순간 곡면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융합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노트에 선을 무작정 긋습니다. 선과 선이 만나는 지점이 생기면, 점과 점을 곡선으로 연결해보며 마음에 드는 형태를 찾습니다. 대략의 꼴이 잡히면 프로그램을 사용해 평면의 선을 입체로 변환해 보는데요. 곡률을 바꿔보며 마음에 드는 모양을 찾을 때까지, 작업은 계속됩니다.

 

책상 앞에서만 아이디어를 얻는 건 아닙니다. 작업 초기에는 독특한 건축물들의 선을 참고했고, 일상생활을 하다 주변 사물에서도 문득 영감을 받는 순간이 있다고요.


재료에서도 융합은 이어집니다. 3D 프린팅에 쓰이는 PLA 필라멘트와 옻이 작업의 주재료입니다.

 

“공예는 평면이 아니라 입체이다 보니 형태를 구상하고 그릴 때 3D 프로그램을 활용하곤 하는데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3D 프린팅으로 모델링을 하거나 도면을 만드는 거예요. 점점 3D 툴에 익숙해지고 재료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생소한 재료가 갖는 신선함도 한몫했겠지만, PLA 필라멘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PLA 필라멘트는 옥수수 전분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든 친환경 소재로,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을뿐더러 매립 시 완전히 생분해됩니다.

 

마감재로 사용하는 옻은 국내에서만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재료입니다. 나무나 도자기, 가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에 활용되고, 방부와 방충 효과도 있습니다. 흥미롭게 여기던 재료를 작업에 접목하게 된 건, ‘전통과 현대의 경계’라는 대학원 과제 때문이었다고.

 

 “금속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공기나 수분에 노출되면 어쩔 수 없이 변색이 진행되는데요. 그걸 막고 색에도 변화를 주기 위해 옻을 사용하게 됐어요.”

 

옻은 예민한 재료입니다. 칠을 할 때는 먼지가 붙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적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습장에서 8시간을 꼬박 말려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느냐에 따라 색의 깊이와 채도가 달라집니다.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옻의 특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요.

 

“옻은 흑화되는 성질이 있어서 처음 칠해놓으면 색이 어두워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운색은 날아가고 본연의 색만 남게 되는데, 이 과정을 ‘옻이 핀다’고 해요.”

 

3D 프린팅과 옻칠이라는 생소한 조합으로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기 일쑤였습니다.

 

 “처음엔 습장의 온도와 습도를 잘 못 맞춰 헤매기도 했어요. 3D 프린팅은 아무래도 수작업이 아니다 보니 나오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흠집이 생기기도 하고요. 또 PLA 필라멘트는 가벼운 재료에요. 기물의 무게를 조정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죠.”

 

기물을 손으로 만지며 결과물을 가늠할 수 있는 수공예와 달리, 3D 프린팅은 출력이 완료된 후에야 기물을  만져볼 수 있습니다. 두 뼘쯤 되는 화병을 출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꼬박 이틀. 일단 출력하기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수정하기도 어렵죠.

 

“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테스트해보며 스스로 데이터를 쌓아야 했어요.”

 

과학자가 가설을 증명해나가듯, 요리사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듯 필라멘트의 밀도와 설계방식, 출력 시간과 수축률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수십, 수백 번의 시도 끝에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죠.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

구자문 작가의 작업실 풍경 ⓒ구자문

Jlog variable size white porcelain, 1250℃ oxidation firing, 

wheel throwing, color glaze, coloring engobe 2022

Chapter 3.
융합: 나를 녹여낸 공예


<융합> 시리즈는 사실 ‘융합’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작업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금속공예가가 되기 전, 안은경 작가는 패션 주얼리 업계에 10년 넘게 몸담은 주얼리 디자이너였습니다. 패션업계는 수많은 트렌드가 빠르게 떠올랐다가 흩어지는 곳이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생산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창의성이 너무 일회적인 거예요. ‘내가 만든 걸 오래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고 속도를 늦추고 느긋한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일을 그만두고 금속공예를 배우다가 우연한 기회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대학원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한 선택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야 ‘작가가 내 천직이구나’ 알게 됐다고요.

 

<융합> 시리즈의 단초가 되어준 것은 대학원을 준비하던 시절 공방에서 만든 주전자였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선과 도형을 붙이고 자르며 만든 작품입니다. 안은경 작가는 “되돌아보면 이미 거기서부터 직선과 곡선을 결합하는 작업을 시작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했어요?” 많이 물어요. 사실 잘 모르겠을 때가 많거든요. 그냥 이렇게 나왔는데. (웃음) 그럴 때마다 이유를 찾기 위해 작업을 되돌아보았어요.

 

결론은, 작업과 제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고 느꼈어요. 스케치할 때 제가 무의식적으로 직선을 많이 쓰더라고요. 아마 오랜 회사 생활로 도시 풍경이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형태도 마찬가지예요. 원에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이 있다면 사각형에는 흐트러지지 않는 단단함이 있어요. 이 둘을 합친 제 작업이, 강직하면서도 포용력이 있는 모습이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더라고요.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작가 노트를 쓰다 보니 그 과정이 ‘융합’이라는 단어로 정리됐고요. 형태적인 융합과 기법적인 융합이 저를 표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구자문 작가 ⓒ구자문

Chapter 4. 
나가며: EKA-
사물을 향한 여정


에카크라프트는 최근 인센스와 스머지 스틱을 거치할 수 있는 <향기 테라피>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향을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작업인데요. 직선과 곡선을 결합한 특유의 형태를 유지한 채 알루미늄과 황동을 사용해 금속의 차갑고 깔끔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독특한 재료만이 에카크라프트의 장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켰죠.

 

“가만히 앉아 작업하는 것이 천직”이라는 작가는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 차 있는데 아직 많이 꺼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집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사물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입니다.

 

“창작에는 고통이 많이 따라요. 하지만 그 어려움은 무언가 탄생시켰을 때의 희열로 상쇄되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 열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즐거워서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즐거워요. 사실 체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은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겨서 어쩔 수 없어요.”

ⓒ작업 중인 구자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