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로맨틱 #일상 #동시대 #사적인공간 #캐릭터 #일러스트

##art #painting #fineart #romantic #daily life #private space #kitsch 


ROMANTIC 

DAILY LIFE


From works depicting daily life in private spaces to moments of simple outdoor activities, the pieces were collected one by one to represent individual lives and further express contemporary life. 




모모킴은 평온한 일상을 특유의 

로맨틱한 무드로 그리는 작가입니다. 


노을빛의 튤립부터 아기자기한 

소품이 들어찬 방의 풍경, 

관람객 너머를 보는 듯한 얼굴을 

사랑스러운 색감과 

키치한 이미지로 그리는 작가 


모모킴을 만났습니다.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Chapter 1.
뉴욕: ‘모모킴’의 탄생


뉴욕은 작가가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입니다. 작가는 광고업에 종사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그림과 일러스트, 이미지를 접하며 자랐습니다. 스무 살, 그림을 배우기 위해 훌쩍 떠난 도시에서 작가의 이력은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이는 대도시에 살며 작가가 가장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인물화였습니다. 당시는 젠더(gender)가 뉴욕에서 화두로 떠오르던 무렵. 작가는 젠더리스를 주제로 성별도 국적도 모호한 얼굴들을 등장시켰습니다.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엇갈리는 시선과 감정이 읽히지 않는 표정….


 모모킴, Summer Vacation, Acrylic on canvas, 16"x20", 2017 (3pieces). 

“뉴욕이라는 동네에 살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는 인물이었어요. 사람들이 워낙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주의가 강한 도시에 살면서 소통을 느낀 적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눈은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얼굴을 과감히 클로즈업하고 있는 구도는 뷰티 화보나 가발 화보 등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모모킴, Traveler, 530 x 455 mm, Oil painting on canvas 2021.

이 익명의 인물화는 작가가 공부를 마치고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Traveler> 연작으로 발전됐습니다.

 

“베트남에서 제가 만난 사람의 90퍼센트가 여행자들이었어요. 여행자들의 모습을 멀리서 스케치하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럼 나는 어떤 여행자의 모습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나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일상을 떠난 여행자들의 모습은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더 나은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삶이라는 여정에 어떠한 태도로 임할 것인지 <A great pirates> 연작을 통해 답을 내놨습니다. 우연히 읽게 된 해적에 대한 글이 힌트가 됐습니다.

 

“해적이 항상 안대를 끼는 이유를 아세요? 대항해시대 해적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적들과 싸워야 했어요. 갑판 위와 아래를 오가며 싸우는 상황에서 갑판 아래의 어둠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고요. 그런데 사람의 눈이 어둠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약 20분이 소요된대요. 그래서 안대를 사용해 한쪽 눈을 항상 어둠에 적응시켰던 거죠.”


모모킴, White blue bird, 650x 530mm, Gouache on canvas, 2023.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항상 어둠 속에 적응시키고 있는 해적의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어둠 속에 적응시키고 있는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태도가 삶을 더 지혜롭게 살아나갈 수 있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하고요. 안대를 그릴 땐 지금 이 시각에도 각자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을 분들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요.”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즐겨라. 내일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라’. 나는 해적처럼 오늘을 즐기고, 내일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해적처럼 눈 한쪽을 감고 살며 미래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_작가 노트 중에서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Chapter 2.
튤립: 예술가의 초상


모모킴, viva la vida, 530 x 650 mm, Acrylic on canvas, 2023.

 모모킴 작가는 2019년부터 <튤립>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튤립들의 모습을 선보여 왔습니다.

 

튤립은 공식적으로 등록된 품종만 3천여 개, 비공식적으로는 5천여 개의 품종을 가지고 있는 꽃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한차례 일어난 파동 이후에도 이 꽃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몰라서 아직도 지구 어딘가의 누구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튤립 한 송이를 얻기 위해 만여 송이의 꽃을 심고 키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온도와 습도, 강수량을 조절해 DNA가 다르게 발현된 돌연변이를 찾게 되면 기존 시장에 있던 것과 다른 모양과 컬러의 튤립이 새로운 이름과 꽃말을 갖고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작가는 “튤립의 역사에서 예술가의 삶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고 설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튤립이 만들어지고 있듯 어딘가에서도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겠죠. 실제로 튤립의 역사는 예술과 맞닿은 부분이 많아요. 단순히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꽃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모모킴, night garden view, 1100 x 3000 mm, Acrylic on canvas, 2022.

<튤립> 연작에는 “꽃이 있는 곳에 열매가 맺힌다”는 말처럼, 작품이 걸린 곳에 열매가 맺히기를 바라는 주술적 바람도 담겨있습니다. 튤립뿐 아니라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달과 별, 구름 역시 안녕을 기원하는 도상입니다.

 

“민화를 좋아해요.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더욱 관심을 두게 됐죠. 동양화에서 달이나 새, 구름, 별 등 자연물은 안녕을 비는 대상이에요. 쉽게 읽힐 수 있는 상징을 넣고 싶어 동양화의 여러 요소를 제 작업으로 가져왔어요.”

 

화면 곳곳을 날아다니는 파랑새는 자유와 희망을 상징합니다. 파랑새는 인물과 꽃, 집을 가리지 않고 비행하며 다양한 시리즈를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Chapter 3.
서울: 홈 스윗 홈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작가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해 왔습니다. 다른 풍경을 가진 세 도시는 그 풍경만큼이나 다른 영향을 미쳤죠.

 

“제가 어느 도시에 있느냐는 작업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줘요. 집들이 작은 뉴욕에서는 소품 위주의 작업을 했어요. 대형 작업은 디지털 위주로 했고요.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서 지냈던 냐짱에서는 푸른색의 작품을 많이 그렸죠. 서울에 정착하게 되면서 작업실이 생겨 50호 위주의 대형 작품들이 생겼고 색감도 안정적으로 변했어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자리를 잡은 작가 선보인 작품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홈 스윗 홈>입니다. 한 장의 스냅사진처럼 집의 모습을 그린 작업은 팬데믹과 개인사가 맞물려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모모킴, My Collection, 841 x 1189 mm, iPad Painting, Print on canvas, 2022.

“작업실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날들이 많아 말 그대로 집에서 작업을 해야 했어요. 작업실에 있는 재료를 쓸 수 없어 더 적극적으로 아이패드를 활용했죠.”

 

마치 그림일기처럼 제목에 날짜를 적은 이 작업은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가 주를 이룹니다. 실제 작가의 집에 있는 다양한 소품과 가구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특정한 주제나 감성이 드러내기보다는 일기처럼 눈앞에 있는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캡처해 캔버스에 옮기는 일들을 했었고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미래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Chapter 4.
‘오늘’을 담은 그림


 이처럼 인물과 정물을 아우르는 모모킴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대성’입니다. 자신을 ‘동시대 작가’로 소개하는 그는 소재는 물론이고 재료와 작업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동시대의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영감을 받는 곳은 상업 이미지입니다. 작가는 일상에서 광고와 영화 포스터, 드라마 속 한 장면, 패션 화보 등 다양한 동시대의 이미지를 수집합니다. 작가가 파운드 이미지(found image)라고 부르는 이 사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흔적이 가득하죠.

 


ⓒ모모킴 작가의 작업 전경


“저는 동시대 이미지가 갖는 시대성이 있다고 봐요. 특히 상업 이미지는 더 트렌드에 민감하죠. 그래서 더욱이 즐겨 사용하고 있고요. 이미지 구도만 봐도 100년 전의 것과 현대 이미지는 아주 다르거든요. 이런 작업이 쌓이다 보니 <홈 스윗 홈>같은 이미지를 찍을 때도 하나의 상업 이미지를 촬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미지를 촬영하고 편집해요.”

 

예술과 상업의 경계의 미묘한 줄타기를 즐기는 데는 일러스트를 전공한 이력과 광고업에 종사한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작업에 등장하는 텍스트도 광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광고를 많이 보고 자라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있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어요. 광고가 이야기하는 ‘3초의 마법’에 대중이 반응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또 동양에서는 꾸준히 그림과 함께 화제를 넣어왔잖아요. 텍스트는 제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특히 작업 과정에서 아이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세네 장의 파운드 이미지를 재구성해 하나의 화면으로 재구성하고 스케치를 한 뒤 채색과정을 절반 정도 마치면 아이패드로 이미지를 옮겨 작업을 완성합니다.

 

작가가 설명하는 디지털 작업의 매력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작가에게 이토록 작업에 동시대성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에게 영향을 준 작가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마네예요. 마네의 작업에는 당시의 시대성이 많이 드러나 있어요. 작품을 들여다보면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죠.”

 

튜브 물감이 막 발명된 시기 활동했던 마네는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덕분에 그의 그림에는 증기 기관차와 아파트 등 당시의 생생한 시대상이 모두 담겼습니다.

 

“튜브 물감이라는 기술의 발전이 마네의 그림에 영향을 준 것처럼, 예술과 과학은 함께 간다고 생각해요.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동시대 작가로서 그 시대의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작은 의무감이 있어요.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던 재즈 음악가의 인터뷰가 있는데요. 인터뷰어가 재즈가 점점 전자 음악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그는 “그 음악이 전자 음악으로 만들어졌는지, 어쿠스틱 기타로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중요한 건 작업을 한 연주자의 마음이고, 이 좋은 음악이 사람들을 오랫동안 즐겁게 한다는 사실인 거죠.

 

"제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클래식 페인팅이든 아이패드 드로잉이든 중요한 건 저의 그리는 마음과 그림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에요.”


모모킴 작가 ⓒ모모킴



당신의 내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모모킴 작가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 #로맨틱 #일상 #동시대 #사적인공간 #캐릭터 #일러스트 

#art #painting #fineart #romantic #daily life #private space #kitsch 


ROMANTIC DAILY LIFE


From works depicting daily life in private spaces to moments of simple outdoor activities, the pieces were collected one by one to represent individual lives and further express contemporary life. 


모모킴은 평온한 일상을 특유의 

로맨틱한 무드로 그리는 작가입니다. 


노을빛의 튤립부터 아기자기한 소품이 들어찬 방의 풍경, 

관람객 너머를 보는 듯한 얼굴을 사랑스러운 색감과 

키치한 이미지로 그리는 작가 모모킴을 만났습니다.

모모킴, Summer Vacation, Acrylic on canvas, 16"x20", 2017 (3pieces).

모모킴, Traveler, 530 x 455 mm, Oil painting on canvas 2021.

Chapter 1.
뉴욕: ‘모모킴’의 탄생


뉴욕은 작가가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입니다. 작가는 광고업에 종사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그림과 일러스트, 이미지를 접하며 자랐습니다. 스무 살, 그림을 배우기 위해 훌쩍 떠난 도시에서 작가의 이력은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이는 대도시에 살며 작가가 가장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인물화였습니다. 당시는 젠더(gender)가 뉴욕에서 화두로 떠오르던 무렵. 작가는 젠더리스를 주제로 성별도 국적도 모호한 얼굴들을 등장시켰습니다.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엇갈리는 시선과 감정이 읽히지 않는 표정….

 

“뉴욕이라는 동네에 살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는 인물이었어요. 사람들이 워낙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주의가 강한 도시에 살면서 소통을 느낀 적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눈은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얼굴을 과감히 클로즈업하고 있는 구도는 뷰티 화보나 가발 화보 등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익명의 인물화는 작가가 공부를 마치고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Traveler> 연작으로 발전됐습니다.

 

“베트남에서 제가 만난 사람의 90퍼센트가 여행자들이었어요. 여행자들의 모습을 멀리서 스케치하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럼 나는 어떤 여행자의 모습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나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일상을 떠난 여행자들의 모습은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더 나은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모모킴, White blue bird, 650x 530mm, Gouache on canvas, 2023.

작가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삶이라는 여정에 어떠한 태도로 임할 것인지 <A great pirates> 연작을 통해 답을 내놨습니다. 우연히 읽게 된 해적에 대한 글이 힌트가 됐습니다.

 

“해적이 항상 안대를 끼는 이유를 아세요? 대항해시대 해적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적들과 싸워야 했어요. 갑판 위와 아래를 오가며 싸우는 상황에서 갑판 아래의 어둠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고요. 그런데 사람의 눈이 어둠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약 20분이 소요된대요. 그래서 안대를 사용해 한쪽 눈을 항상 어둠에 적응시켰던 거죠.”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항상 어둠 속에 적응시키고 있는 해적의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어둠 속에 적응시키고 있는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태도가 삶을 더 지혜롭게 살아나갈 수 있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하고요. 안대를 그릴 땐 지금 이 시각에도 각자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을 분들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요.”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즐겨라. 내일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라’. 나는 해적처럼 오늘을 즐기고, 내일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는 해적처럼 눈 한쪽을 감고 살며 미래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_작가 노트 중에서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모모킴, viva la vida, 530 x 650 mm, Acrylic on canvas, 2023.

Chapter 2.
튤립: 예술가의 초상


모모킴 작가는 2019년부터 <튤립>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튤립들의 모습을 선보여 왔습니다.

 

튤립은 공식적으로 등록된 품종만 3천여 개, 비공식적으로는 5천여 개의 품종을 가지고 있는 꽃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한차례 일어난 파동 이후에도 이 꽃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몰라서 아직도 지구 어딘가의 누구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튤립 한 송이를 얻기 위해 만여 송이의 꽃을 심고 키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온도와 습도, 강수량을 조절해 DNA가 다르게 발현된 돌연변이를 찾게 되면 기존 시장에 있던 것과 다른 모양과 컬러의 튤립이 새로운 이름과 꽃말을 갖고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작가는 “튤립의 역사에서 예술가의 삶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고 설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튤립이 만들어지고 있듯 어딘가에서도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겠죠. 실제로 튤립의 역사는 예술과 맞닿은 부분이 많아요. 단순히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꽃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튤립> 연작에는 “꽃이 있는 곳에 열매가 맺힌다”는 말처럼, 작품이 걸린 곳에 열매가 맺히기를 바라는 주술적 바람도 담겨있습니다. 튤립뿐 아니라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달과 별, 구름 역시 안녕을 기원하는 도상입니다.

 

“민화를 좋아해요.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더욱 관심을 두게 됐죠. 동양화에서 달이나 새, 구름, 별 등 자연물은 안녕을 비는 대상이에요. 쉽게 읽힐 수 있는 상징을 넣고 싶어 동양화의 여러 요소를 제 작업으로 가져왔어요.”

 

화면 곳곳을 날아다니는 파랑새는 자유와 희망을 상징합니다. 파랑새는 인물과 꽃, 집을 가리지 않고 비행하며 다양한 시리즈를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모킴, night garden view, 1100 x 3000 mm, Acrylic on canvas, 2022.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모모킴, My Collection, 841 x 1189 mm, iPad Painting, Print on canvas, 2022.

Chapter 3.
서울: 홈 스윗 홈


작가는 뉴욕과 냐짱, 서울을 오가며 작업해 왔습니다. 다른 풍경을 가진 세 도시는 그 풍경만큼이나 다른 영향을 미쳤죠.

 

“제가 어느 도시에 있느냐는 작업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줘요. 집들이 작은 뉴욕에서는 소품 위주의 작업을 했어요. 대형 작업은 디지털 위주로 했고요.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서 지냈던 냐짱에서는 푸른색의 작품을 많이 그렸죠. 서울에 정착하게 되면서 작업실이 생겨 50호 위주의 대형 작품들이 생겼고 색감도 안정적으로 변했어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자리를 잡은 작가 선보인 작품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홈 스윗 홈>입니다. 한 장의 스냅사진처럼 집의 모습을 그린 작업은 팬데믹과 개인사가 맞물려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작업실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날들이 많아 말 그대로 집에서 작업을 해야 했어요. 작업실에 있는 재료를 쓸 수 없어 더 적극적으로 아이패드를 활용했죠.”

 

마치 그림일기처럼 제목에 날짜를 적은 이 작업은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가 주를 이룹니다. 실제 작가의 집에 있는 다양한 소품과 가구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특정한 주제나 감성이 드러내기보다는 일기처럼 눈앞에 있는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캡처해 캔버스에 옮기는 일들을 했었고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미래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작업 중인 모모킴 작가.

ⓒ모모킴 작가의 작업실.

(왼쪽부터) 모모킴, to do list, 841 x 1189 mm, iPad painting, printed on canvas, 2021 / Q. How to make your life more meaningful?, 841 x 1189 mm, iPad painting

printed on canvas, 2021.

Chapter 4.
‘오늘’을 담은 그림


 이처럼 인물과 정물을 아우르는 모모킴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대성’입니다. 자신을 ‘동시대 작가’로 소개하는 그는 소재는 물론이고 재료와 작업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동시대의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영감을 받는 곳은 상업 이미지입니다. 작가는 일상에서 광고와 영화 포스터, 드라마 속 한 장면, 패션 화보 등 다양한 동시대의 이미지를 수집합니다. 작가가 파운드 이미지(found image)라고 부르는 이 사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흔적이 가득하죠.

 

“저는 동시대 이미지가 갖는 시대성이 있다고 봐요. 특히 상업 이미지는 더 트렌드에 민감하죠. 그래서 더욱이 즐겨 사용하고 있고요. 이미지 구도만 봐도 100년 전의 것과 현대 이미지는 아주 다르거든요. 이런 작업이 쌓이다 보니 <홈 스윗 홈>같은 이미지를 찍을 때도 하나의 상업 이미지를 촬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미지를 촬영하고 편집해요.”

 

예술과 상업의 경계의 미묘한 줄타기를 즐기는 데는 일러스트를 전공한 이력과 광고업에 종사한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작업에 등장하는 텍스트도 광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광고를 많이 보고 자라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있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어요. 광고가 이야기하는 ‘3초의 마법’에 대중이 반응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또 동양에서는 꾸준히 그림과 함께 화제를 넣어왔잖아요. 텍스트는 제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특히 작업 과정에서 아이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세네 장의 파운드 이미지를 재구성해 하나의 화면으로 재구성하고 스케치를 한 뒤 채색과정을 절반 정도 마치면 아이패드로 이미지를 옮겨 작업을 완성합니다.

 

작가가 설명하는 디지털 작업의 매력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가에게 이토록 작업에 동시대성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에게 영향을 준 작가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마네예요. 마네의 작업에는 당시의 시대성이 많이 드러나 있어요. 작품을 들여다보면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죠.”

 

튜브 물감이 막 발명된 시기 활동했던 마네는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덕분에 그의 그림에는 증기 기관차와 아파트 등 당시의 생생한 시대상이 모두 담겼습니다.

 

“튜브 물감이라는 기술의 발전이 마네의 그림에 영향을 준 것처럼, 예술과 과학은 함께 간다고 생각해요.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동시대 작가로서 그 시대의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작은 의무감이 있어요.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던 재즈 음악가의 인터뷰가 있는데요. 인터뷰어가 재즈가 점점 전자 음악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그는 “그 음악이 전자 음악으로 만들어졌는지, 어쿠스틱 기타로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중요한 건 작업을 한 연주자의 마음이고, 이 좋은 음악이 사람들을 오랫동안 즐겁게 한다는 사실인 거죠.

 

제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클래식 페인팅이든 아이패드 드로잉이든 중요한 건 저의 그리는 마음과 그림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에요.”


"당신의 내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모모킴 작가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